퇴직 교사 부부...선흘서 일군 꽃밭서 아름다운 축제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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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오순덕씨 부부...꾳축제에 제주 신화 스토리텔링 접목
퇴직 교사 부부가 직접 가꾼 꽃밭에서 2년째 축제를 열면서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제주시 조천읍 ‘선흘꽃밭’ 동산에선 ‘설문대할망과 서천꽃밭 이야기’를 접목한 제2회 꽃밭축제가 열렸다.

설문대할망이 500명의 자식을 위해 죽을 끓이다 솥에 빠져 죽자, 막내아들이 어머니를 살리려 생명꽃을 찾으러 서천꽃밭으로 간다는 줄거리를 꽃 축제의 스토리텔링으로 접목했다.

이 이야기는 부부 교사인 대기고의 김형식씨(61)와 오현고의 오순덕씨(61)가 2010년 퇴직하면서 시작된다.

이들 부부는 정년이 5년이나 남았지만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아름다운 노후를 위해 30년 동안 몸담았던 교단을 떠났다.

두 사람은 제주남초등학교 동창으로, 고교 재학시절 ‘시보네’라는 음악동아리에서 회장과 부회장직을 맡으며 재회했고, 결국 결혼에 이르렀다.

교직 생활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노후에는 꽃과 나무를 벗 삼아 살고 싶었던 부부는 40대 후반부터 남은 여생을 지낼 곳을 찾기 위해 10년 동안 제주도 전역을 누볐다.

이왕이면 언덕이 있고, 푸른 초원과 들판이 펼쳐진 곳을 찾던 끝에 2006년 선흘리에서 그토록 꿈꿔왔던 이상향을 발견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방치됐던 과수원을 ‘에덴동산’으로 만들기까지 2년 동안 고생이 따랐다.

김씨는 “쑥대낭(삼나무)을 베어내고, 농약병과 쓰레기를 치우는데 힘이 많이 들었다”며 “주말과 방학에는 이곳에서 잡목과 돌을 나르고 꽃밭 터를 만드는 데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언덕배기와 자연 지형을 그대로 이용해 손으로 땅을 일구다보니 몸무게는 10㎏나 빠졌다.

아내 오씨도 꿈을 이룰 공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2년 넘게 모종을 가꿨다.

지난해 봄 씨앗을 파종하고 물을 주며 꽃이 자라길 기대하던 부부는 휴식을 취할 겸 인도로 여행을 떠났다. 5월 초 선흘꽃밭에 돌아오자 놀랄 정도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수선화, 동백, 모란, 목련, 데이지, 붓꽃, 허브, 델피니움, 들국화 등 숨이 멎을 정도로 알록달록한 예쁜 꽃들이 피어 낙원을 이뤘다.

오씨는 “400종이나 되는 꽃이 1만8000송이 정도 피었죠. 제주의 신화에 등장하는 1만8000의 신들이 부활한 것 같은 기분 이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꽃이 만발하면서 향기를 뿜어내자 둘이서만 즐기고 보는 게 미안했다. 이참에 마을 어르신과 지인들을 초청했다. 돼지고기를 굽고 막걸리도 준비했다.

꽃잎도 잘 말려서 깔끔하고 담백한 차를 대접했다. 부부는 자비를 털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제공했다.

지난해 5월 제1회 꽃밭축제를 여는 동안 입소문이 나면서 마을 주민에 이어 관광객들까지 몰려왔다.

올해 축제에선 오씨가 2년 동안 애써 키운 3000본의 모종을 나눠줬다. 시장에서 개당 3000원에 파는 것을 무료로 준 것이다. 축제는 일주일이었지만 모종은 3일 만에 동이 났다.

축제 첫날은 오재영 작가가 서천꽃밭 신화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금관악기 및 오카리나 연주, 난타 공연이 진행됐다.

동산 한켠에는 아들 김강훈씨가 설문대할망을 주제로 그린 그림이 전시됐다.

꽃차 시음과 꽃물 염색도 마련됐다. 무료 입장으로 하루에 600명이 넘게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왔다. 어린이집과 장애인복지시설에서는 버스를 동원해 단체 방문을 했다.

이들 부부는 “장애 어린이들이 꽃을 보면서 웃음을 짓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축제기간에 쌓였던 피로가 사라졌다”며 “모두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 가든’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축제는 막을 내렸고, 부부는 다시 조용하고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은퇴 후의 인생은 길지 않은데 더는 얽매이는 말고 꽃과 나무를 보면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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