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봉공(履正奉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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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것을 이행하고 공을 받드는 것을 이정봉공(履正奉公)이라고 한다.
이 말은 옛 선비들이 새겨들어 실천하는 덕목이었으니 오늘날에는 공직자들이 가져야 할 마음과 태도가 아닌가 한다.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고 인사이동이 있을 때 마다 공직자들이 푸념처럼 늘어놓는 말인 ‘공무원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말과는 품격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는 공직을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상관의 잘못된 지시에는 따를 수 없는 명분이 되고 국민만을 위한 공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경구이기 때문이다.

이 말의 유래는 중국의 역사에서 찾아 볼수 있다.
후한의 초대 황제인 광무제(光武帝)가 한 고을의 지방장관으로 임연(任延)이라는 사람을 임명했다.
광무제는 그에게 태수의 임명장을 주면서 “상관을 잘 섬기어 명예를 잃지 않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임연은 “충신(忠臣)은 사정(私情)에 매이지 아니하고 사정에 매이는 신하는 불충(不忠)이며 바른 것을 이행하고 공을 받드는 것[履正奉公]이 신하의 도리이요, 상관과 부하가 한통속이 되는 것은 폐하의 복이 아니오니, 상관을 잘 섬기라고 하신 말씀은 신은 감히 말씀대로 받들 수 없다”라고 황제에게 따졌다.
그랬더니 광무제가 탄식하면서 “그래. 그대의 말이 옳소”라고 답했다는 것인데 『목민심서』「예제(禮際)」에 나오는 이야기다.

황제가 신하에게 상관을 잘 섬기라는 말이 그렇게 나쁜 말이 아니지만 그것이 공직을 수행하는 원칙이 될 수 없음을 황제 앞에서 거리낌 없이 말한 신하가 아주 오래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공직자란 ‘이정봉공(履正奉公)’, 올바른 일만 이행하고 공(公)을 받드는 것이 중요하지 잘못된 상관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세상에서 상관만 잘 섬기는 일은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그런 정신이 임연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바로 오늘 우리의 공직자들이 지녔으면 하는 마음 자세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은 공직자의 자세를 설파한 목민심서에서 “상관의 명령이 공법(公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의당 의연하게 굽히지 말고 확연히 자신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공법과 민생을 위해서만 상관의 지시에 응해야지 그렇지 못한 어떤 명령에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명확하게 밝혔던 것이다.
지금의 총리나 장관들은 옛날로 보면 대신(大臣)들이다. 대신들은 인재를 추천하는 일이 기본적인 임무였다.
모두가 자질이 부족하다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해도 어느 누구 한 사람 대통령에게 간하는 사람이 없으니, 윤창중 전 대변인같은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을 적용할 것인지, 공직선거법 위반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법처리방향을 놓고 법무장관의 검찰수사 개입설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이 ‘이정봉공’을 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강영진 정치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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