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게 원예치료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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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휴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회장
▲ 한동휴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회장이 자신의 집 거실에서 공기 정화와 유해 화합물을 흡수하는 등 원예치료에 이용되고 있는 식물에 물을 주면서 보살피고 있다.
“식물을 잘 다루면 사람을 살려낼 수 있습니다. 향기 있는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죠. 식물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것이 원예치료의 기본입니다.”

2011년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3대 회장으로 취임한 한동휴씨(73)는 2003년 공직에서 퇴임 후 행복한 삶을 전파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000여 명의 회원과 원예치료사 거느린 대학 교수 중심으로 운영되는 협회에서 그가 회장에 취임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1967년 농촌지도직으로 출발, 35년간 공직에 몸담아 농업직 공무원으로는 최고직인 제주도농업기술원장을 역임한 그는 원예치료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국내에 첫 원예치료 강의를 개설한 건국대 손기철 교수의 특강을 우연히 들은 후 ‘바로 이거다’라며 무릎을 쳤다.

원예치료는 2차 대전에 참전한 미군 병사들이 트라우마(공황 장애)와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꽃 재배와 산책 등 명상요법이 효과를 거두면서 널리 보급됐다.

고대 이집트에선 사람이 아프면 정원에 데려다 산책을 시켰다. 고대인들도 식물이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효능이 있는 것을 간파한 셈이다.

2004년 제주대 평생교육원에 원예치료 강의를 개설하고, 협회 제주지부를 창설한 그는 소식지를 만들며 열성적으로 일을 하면서 중앙회 이사들도 감탄을 했다.

제주지부만큼 열심히 활동한 지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주도 회장에 이어 중앙 회장에 선출된 이유다.

“전신 마비로 누워서만 지내는 장애아동이 있었는데 화분에 입으로 물을 주면서 꽃이 필 때를 기다렸죠. 365일 도움만 받다가 꽃을 키우면서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안 거죠. 이것이 원예치료의 힘입니다.”

사회복지시설에 공동 텃밭을 조성하고, 실내 치료정원 지원에 이어 도내 24개 경로당을 찾아가 원예치료교실을 여는 등 그는 소외계층을 위한 ‘원예 복지’에 애정을 쏟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자격 양성과정을 개설해 지난 10년 간 500여 명의 원예치료사가 배출됐다.

그는 틈틈이 강연을 하면서 전문서적을 탐독한 끝에 2008년 제주대학교에서 원예치료 관련, 박사학위를 땄다.

자연의 소중함을 누구나 알지만 도시화와 산업화로 녹색에 멀어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그는 원예치료의 예찬론자가 됐다.

“거실에 식물을 키우면 새집증후군과 아토피 예방에 큰 도움이 되죠. 미세먼지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시켜주고, 습도와 온도까지 조절해 줘 식물을 키우는 집에는 가습기가 필요 없죠.”

장애인들은 흙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과정에서 근지구력을 기를 수 있다. 또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꽃과 나무를 보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산에 가면 상쾌하고 심신이 편안한 이유가 있죠. 식물을 보기만 해도 뇌가 안정될 때 나오는 알파파가 증가하고 뇌질환과 관련된 델타파는 감소하기 때문이죠. 녹색 식물은 그 자체가 자연 치료사이기 때문에 하루에 30분만 쳐다봐도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의 집 거실에는 음이온을 뿜어내 공기를 정화시켜주는 ‘산세베리아’를 비롯해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등 새집증후군을 막아주는 ‘스파티필림’ 등 다양한 기능성 식물이 자라고 있다.

그는 해발고도에 따라 아열대·온대·한대 등 1800여 종의 한라산 자생식물에 주목하고 있다.

원예치료가 미국에서 시작되다보니 효능이 입증된 식물은 거의 외래종인데다 공기 청정기로 불리는 ‘산세베리아’는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어서다.

그는 “한라산의 자생식물 가운데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효능을 가진 10종의 식물만 찾아내도 높은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을 살리면서 부를 창출 할 수 있는 원예치료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산업”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 회장은 지난 1월 한평생을 살았던 2층 단독주택을 제주공동모금회에 기부, 1억원 이상 고액 기부모인인 아너소사이티 회원에 가입하고도 주위에 알리지 않는 등 남몰래 선행을 베풀고 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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