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그 후
선거 그 후
  • 안재철
  • 승인 2003.01.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제 선거가 끝나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선거에 관여한 사람들이 각기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지난 연말 이런저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술집을 찾았다. 그리고 아직도 선거이야기는 안주거리가 된다. 누가 당선되었느냐 하는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그들의 정치생명과 관련된 문제이겠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그저 술 안주거리뿐일 수도 있다. 이제 제각기 지지한 후보가 당선되었든 낙선되었든 간에 선거는 끝났다. 모든 것은 살아가는 이야기의 하나일 뿐이다. 이제 당선자가 잘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지켜볼 뿐, 우리는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선자가 결정되자 신문과 방송들은 앞다투어 당선자를 찬양하고 있다. 왜 그라고 단점이 없을까마는 역대 대통령뿐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어떤 대통령도 그만한 사람이 없을 것 같이 말들 하고 있다. 원칙을 준수하였다든지, 바보라고 불릴 만큼 우직하였지만 그것이 옳았다든지, 서민의 애환을 아는 서민적인 대통령이 될 것이라든지, 미국에 대하여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든지 등 우직한 보통사람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제주를 방문한 그의 행보도 이전의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를 미화하는 것에 급급해하는 것을 보면서, 살아남기 위하여 그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스스로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 분이 그것을 원할까? 아마 그 분이 진정으로 그 분답다면 오히려 쓴말을 듣고자 하지는 않을까?

나무가 크면 그림자가 커다랗게 드리워지는 법. 이제 사람들은 당선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며, 그동안 그를 당선시키기 위하여 도움을 준 단체나 사람들은 자기 임무를 다하였으니 해체하여야 한다.

선거기간 우리는 참으로 재미있는 선거 드라마를 보았다. 이제 비록 그 재미 있는 선거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당시 차기 대통령으로 이회창씨 외에는 어떤 대안도 없는 것같이 느껴지던 시절에 필자는 한 친구에게 ‘민주당에서 이회창씨를 대적하여 싸울 수 있는 카드는 단 하나 노무현씨이다’라고 말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었는데, 우연이겠지만 정확히 예견했기 때문에, 그 말을 들은 친구에게서 얼마 전 메일을 받았다. 참으로 놀랍단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점쳐 보는 것은 나름대로 재미있다. 맞으면 스스로도 놀랍고, 아니면 말고….

어려운 순간에도 끝까지 원칙과 소신을 고수했던 사람들은 과연 앞으로도 그들의 당당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공신에게 주어질 그들의 몫을 챙기려고 안달할까? 이미 시작한 당 해체론 등을 자신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하기 위한 정치적 게임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또한 정치적인 이익을 좇아 이리저리 눈치를 살펴 자리를 옮긴 사람들은 앞으로 어떤 핑계를 대고 당선자의 주위로 모여들까?

지금 모두 당선자를 찬양하고 있을 때, 필자는 그가 대통령직을 마친 후 모습을 생각해 본다. 이제 겨우 50대 후반이니 임기를 마칠 때가 되어도 60대 초반일 뿐이다. 그 때가 되어도 아직 새파랗게 젊을 나이에 원로랍시고 뒤로 물러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의 카터씨와 같이 대통령 특사라는 이름으로 북한 등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닐까? 아니면 인권변호사 일을 다시 시작할까? 염원이라는 동서화합을 마무리한답시고 느닷없이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 앞으로 전개될 이것저것을 점쳐 보면서 정치를 즐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