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알면 알 수록 더 겸손해져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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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여성 산악구조대장 오경아 제주산악안전대장
“산을 너무 만만하게 보고 기본적인 안전장비조차 갖추지 않고 산행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지(無知)에 따름 무모함을 느껴요. 산을 알면 알수록 겸손해지고 안전에 더 신경을 써야돼죠.”

우리나라 산악구조대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장인 오경아 제주산악안전대 대장(44·여).

오 대장은 지난해 12월 15일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 제주산악안전대 제11대 대장으로 선출됐다. 제주산악안전대 사상 처음이자 한국 산악구조대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구조대장에 선출된 것이다. 임기는 2년.

그녀는 1988년 제주대 1학년때 사촌오빠의 권유로 등반의 세계에 입문했다. 그날 이후 산은 그녀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그 시절 그녀는 늘 시간이 모자랐다.

가고 싶은 산도 많고, 산에서 하고 싶은 일도 많았던 그녀는 흔히 말하는 산에 미쳐 생활했다.

항상 산에 목말라하던 그녀가 1961년 창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산악구조대인 제주산악안전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20여 년간의 산악안전대 활동을 인정받고 대장으로 선출된 오 대장은 지난 6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바쁘게 지냈다.

오 대장은 “각종 행사와 훈련, 구조, 강의 등으로 정신없는 6개월이었다”며 “산악안전대의 당면 과제인 재정문제 해결과 신입부원 확충을 해결하는데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산악안전대의 현재 대원은 37명. 이 가운데 창립 멤버와 역대 회장 등 종신회원 7명을 제외하고 30명이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이들은 회사원과 자영업, 농업, 교사 등 생업에 종사하면서 매년 국내·외 훈련에 참가하고 겨울철에는 한라산 관음사코스의 삼각봉 휴게소에서 근무하며 조난사고 구조와 사고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이들 중 최연소가 30대 후반. 구조대원이 되려는 젊은 산악인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구조대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 대부분을 대원들의 찬조금에 의존하다보니 낡은 구조장비를 교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대한적십자사에서 150만원, 대한산악연맹에서 50만원을 지원받지만 이것만으로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오 대장은 “제가 대장으로 잇는 동안 구조대 활동을 적극 알려 각계 후원과 지원을 이끌어내고 싶고 젊은 산악인들을 대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며 “한라산 조난사와 더불어 제주산악안전대 역사를 기록한 책도 발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발 6194m의 매킨리를 등정하고 스포츠클라이밍 심판 자격을 취득한 산행 25년째인 베테랑 산악인인 그녀가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그녀는 “도내에서도 수많은 오름 동호회와 산행모임들이 만들어져 활동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며 “몇 시간에 주파했다느니, 장비 없이 등반했다는 등의 무용담은 결코 자랑이 아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라산 등반로를 갈 때도 항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구급약과 방한복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 등을 갖춘다. 산에서의 자만(自慢)이 사고를 부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오 대장은 “초보운전은 사고가 나더라도 가벼운 접촉사고지만 운전에 자신있는 운전자는 과속 등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한다”며 “산행도 언제나 처음 산을 올랐을 때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난히 겁이 많아 공포영화도 보지 못한다는 그녀가 25년째 산에 매달리는 이유가 뭘까.

“글쎄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왜 좋아’하고 물어보면 ‘그냥’이라고 대답하잖아요. 마찬가지에요. 산이 왜 좋으냐면 ‘그냥 좋아요’. 어떤 목적이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산이 좋아요.”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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