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처벌 강화뿐 아니라 성문화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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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부터 성범죄와 관련된 친고죄가 폐지됐다.

개정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형법 개정안은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수사했던 성범죄를 일반 범죄처럼 제3자의 신고나 수사관이 성범죄를 인지하면 바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했고, 피해자와 합의해도 가해자는 처벌을 피할 수 없게 했다.

당연한 법 적용이 형법 제정 60년 만에 실시되게 됐다.

친고죄의 폐지는 시대 흐름의 반영이다.

성범죄는 더 이상 개인의 성적 결정권 침해 범죄로 가볍게 다뤄지거나 피해자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다고 묻어둘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친고죄를 유지함으로써 피해 여성이 정조 문제로 공격당하고, 가해자가 합의를 요구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고소 취하의 가능성 때문에 수사가 소극적이고, 가해자가 법망을 피해갈수도 있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성폭력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를 했더라도 ‘반의사불법죄’ 폐지로 성범죄는 반드시 처벌받도록 했다.

여기에 13세 미만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을 상대로 한 강제 추행죄는 공소시효를 없앴다.

13세 미만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에 대한 강간죄에만 적용했던 공소시효 폐지를 강제추행까지 확대한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 가해지는 반인륜적인 범죄는 끝까지 추적해 사회가 이를 용납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술을 마시고 저지른 성범죄에 대해 관대하게 처분하던 관행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

술 권하는 문화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는 술을 마시고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이 약해지는 이상한 문화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 성범죄 처벌 기준이 다른 나라보다 약하지도 않아 그동안 법률 미비 때문에 성범죄가 빈발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음주로 인한 범죄나 성범죄에 대해 ‘한 번 실수는 용서해 줘야 한다’는 그릇된 사회적 인식과 법원의 판단 때문이었다.

이 역시 음주나 약물 탓이라며 형을 감경해 주는 규정을 없앰으로써 이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성범죄는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형 집행 이후에도 사법당국에서 지속적으로 보호 관찰을 하고, 성범죄자에 대한 관리와 신상 공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 성범죄 관련 법률의 개정·시행은 그동안 강력한 성범죄 처벌을 어렵게 했던 걸림돌 중 하나를 제거한 것에 불과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경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성폭력은 여성의 심한 노출 때문에 일어난다고 답했다.

술 취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경우 여성 책임이라는 응답도 37%에 달했다.

이 같은 결과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범죄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성범죄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성문화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힘과 폭력을 동원하는 성범죄는 일반 범죄보다 죄질이 나쁘다는 점을 각인시켜야 하고 성적 상상과 본능을 얘기하고,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때다. <김대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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