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물회와 성게의 만남…더위가 저만치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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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여행(55)모슬포 해안도로식당…성게자리물회
‘나비박사’로 유명한 석주명(1908~1950)은 1943년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에서 근무하는 2년 동안 제주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동네 사람들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해안가로 나아가 자리돔을 한껏 잡더니 어디서 준비했는지 냉수·된장·식초·소주·보리밥을 꺼내 들고는 즉석에서 물회를 만들어 만찬을 즐겼던 것이다.

석주명은 그 모습이 인상 깊었던지 ‘제주도수필’을 통해 해변에 자리회 먹으러 가는 일을 ‘도민의 취미’라고 소개했다.

이렇듯 제주 사람에게 자리돔은 더없이 특별하다. 특히 무더위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입맛도 뚝 떨어지는 이맘때면 자리물회 생각이 더욱 간절해지기 마련이다.

제주시 노형동에는 특별한 자리물회 맛으로 유명한 모슬포 해안도로식당(대표 이애란)이 있다. 이 집의 여름철 대표선수는 바로 성게자리물회. ‘성게와 자리’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둘은 마치 ‘성춘향이 이몽룡을 만난 듯’ 최고의 궁합을 선보인다.

휘휘 저어 잘 풀린 성게 알의 시원한 바다향이 입 안 가득 그윽하게 퍼지고 오독오독 씹히는 자리돔은 그 고소함이 더할 나위가 없다.

만일 석주명이 당시 이 음식을 접했다면 그의 수필에 ‘도민의 별미’라는 감상평이 한 줄 추가 됐을 지도 모른다.

▲ 이애란 대표.
이 집의 자리돔은 크고 두툼한 살집을 자랑하는 마라도산을 쓰는데 장사를 시작하는 아침나절 활어로 구입하기 때문에 신선함이 남다르다. 성게는 맛과 향이 좋기로 유명한 가파도산을 사용한다.

물회와 함께 나온 자리돔구이도 빼놓을 수 없는 별미다. 소금 간을 한 싱싱한 자리돔을 센 불에 바삭하게 구워 어찌나 고소하고 담백한지 밥도둑이 따로 없다.

이애란 대표는 “수 년 전 식당을 운영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자리물회에 성게를 넣는 색다른 음식을 만들게 됐다”며 “당시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도 했었는데 어느덧 지금은 가게를 대표하는 메뉴가 됐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문의 모슬포 해안도로식당 794-7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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