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아닌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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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아닌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

어떤 사람이 양 어깨에 지게를 지고 물을 날랐다.
오른쪽과 왼쪽에 각각 하나씩의 항아리가 있었다.
그런데 왼쪽 항아리는 금이 간 항아리였다.


물을 가득 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반쯤 비어 있었다.
금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오른쪽 항아리는 가득 찬 모습 그대로였다.


왼쪽 항아리는 너무 미안한 마음에 주인에게 요청했다.
“주인님 나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 죄송해요. 금이 난 항아리는 버리시고 새 것으로 쓰세요”
그때 주인이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다.


“네가 금이 간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바꾸지 않는 거란다. 우리가 지나온 양쪽을 보아라. 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 오른쪽 길은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지만 왼쪽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이 무성하게 자라지 않느냐?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니? 나는 그 생명을 보며 즐긴 단다”


많은 사람들이 완벽함을 추구한다. 자신의 금이 간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세상은 완벽한 사람보다는 완벽하지 못하지만 열심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다.

얼마 전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이처럼 완벽한 항아리를 빗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을 외쳐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은연중에 1등만을 인정하고 1등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를 비웃는 동시에 이 세상에 1등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느꼈던 열등감을 대변해주는 이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1등은 한 명뿐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는 1등 보다는 1등이 아닌 사람이 더 많다.


한 조사에서 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은메달리스트는 1등인 금메달리스트와 자신을 비교하며 상실감을 느끼지만 동메달리스트는 은메달리스트나 금메달리스트와 자신을 비교하는 대신 메달을 따지 못한 다른 선수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성취감이 더 커서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1등만, 금메달리스트만 기억하는 세상이기에 우리는 TV를 통해 올림픽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한 우리나라 선수가 경기장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이 눈물은 은메달을 따냈다는 기쁨의 눈물이 아니라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에 흘리는 눈물이다.


2등이 되기까지의 땀 흘린 노력과 과정은 무시하고 결과만 중시하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공부 잘하는 것 보다는 튼튼하고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은 이미 케케묵은 공자님 말씀이 돼버렸고 부모들은 자녀에게 ‘1등’이 되길 강요한다.


어린 초등학교 자녀에게 “이번 시험에 1등하면, 전 과목 100점을 받으면 스마트폰 사줄께”라며.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실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고 3학생들이 수학능력시험이라는 큰 산을 앞에 두고 무더위에도 시원한 해수욕장 한번 가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중이다.
옆에서 부모들은 “하면 된다”라며 자녀에게 열심히 공부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세상은 1등보다 1등이 아닌 사람이 많듯 ‘하면 되는 일’보다 ‘해도 안되는 일’이 더 많다.
그것을 알면서도 ‘하면 된다’는 말로 격려하는 것은 격려가 아닌 ‘억압’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겠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처럼 자기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보다는 잠시 낮은 곳을 바라보며 2등의 위치에 대해 감사함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1등은 떨어질 일만 남았지만 2등은 언제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세상은 1등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수많은 2등과 3등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깨진 항아리에서 흘러 내린 물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듯 1등이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조문욱기자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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