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씨 한라산 2000회 등반 기록 달성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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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부터 산행 17년 동안 산에 오른 한라산 지킴이로 우뚝
“설악산부터 지리산까지 전국의 백두대간을 모두 올라봤는데 최고의 명산은 한라산이죠. 한라산 지킴이로서 앞으로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싶어요.”

평범한 시민이 한라산을 2000번이나 올라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성희씨(66·제주시 일도2동).

그는 1996년 6월 1일을 시작으로 올해 7월 12일까지 17년 동안 한라산 2000회 등반 기록을 달성했다. 1년에 120회, 일주일에 3번 꼴로 산에 올랐다. 산에 오를 때마다 수첩 달력에 표시를 해뒀다.

제주은행에 몸담았던 그는 처음에는 건강을 생각해 산에 올랐다. 외환위기(IMF)로 1998년 퇴직을 하면서 어느덧 등반은 하루 일과가 됐다.

이씨는 “어리목 코스는 눈 감도고 갈 수 있게 됐다. 산에 어떤 나무가 있고, 바위가 어디에 있는 지 훤히 알 수 있지만 갈 때마다 매번 경치가 다를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그는 “정작 도민들이 한라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며 “제주의 보물인 한라산을 후대까지 보호하고 가꾸어 나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성판악 코스는 진달래밭에서 정상까지 일부 코스가 정비되지 않아 초보 등반객들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덧붙여 “어리목과 영실·돈내코 등 3개 코스로는 정상까지 등반할 수 없다는 점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며 “이 코스로 등반하는 관광객들이 정상을 밝지 못하는 것을 알고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 역시 매번 정상까지 가는 것은 아니다. 산행의 90%는 어리목에서 출발해 해발 1700m 윗세오름까지 오르고 있다.

전문 산악인이 아닐뿐더러 기네스북 등재를 염두 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에서 산행을 즐기기 때문이다. 환갑이 한참 지났지만 산행 속도는 일반인의 2배를 넘는다.

어리목에서 출발해 1시간 30분이면 윗세오름에 다다르고, 하산은 1시간 10분이면 마무리한다. 성판악에선 3시간 이면 정상에 도착하고, 하산은 2시간 30분이면 끝내 정상 등반도 5시간 30분에 접고 있다.

빠른 산행으로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노루 다리’다. 함께 동반했던 젊은이들은 그를 따라잡지 못해 한참을 뒤처지고 있다는 것.

한라산국립공원사무소 직원 모두는 그를 잘 알고 있다. “오랫동안 산에 올랐는데 다리는 괜찮느냐”며 안부를 전하고 있다.

그는 건강한 몸과 강인한 정신력을 기르는데 한라산 등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주시 삼도2동에 있는 제주성내교회 권사를 맡고 있는 그는 신자들에게 한라산 동행을 권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관절염이나 디스크를 앓아 본 적도 없고, 감기도 들지 않으면서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 술과 담배는 등산을 위해 일절 하지 않고 있다.

17년 동안 산에 오른 그의 다리 근육은 울퉁불퉁하다 못해 나무토막처럼 단단할 정도였다. 산에 오를 때는 생수 한 병만 들고 갈 정도로 진정한 산 사나이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2010년 지리산을 오를 당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새벽 4시에 중산리 코스를 출발해 천왕봉을 오른 뒤 10시간 만에 종주를 마쳤다.

남들은 1박2일이 걸린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계속 걸으면서 지리산을 정복했다.

그는 “전국 최고의 명산인 한라산의 이미지는 도민들이 가꿔나가야 한다”며 “풀 한포기, 돌 하나라도 잘 보전해 후대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3000회 등반을 목표로 계속 한라산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지난 12일 이성희씨(66·오른쪽 세번째)가 한라산 성판악코스로 정상에 오르면서 2000회 등반을 달성한 가운데 함께 동행을 한 제주성내교회 관계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축하를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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