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철저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도 이어진다.
후배들이 연극을 적당히 하거나 어물어물하면 그의 입바른 소리는 가만있지 않았다.
영원한 현역이자, 후배들을 야단치는 마지막 스승이었다. 하지만 사석에선 술도 잘 마시고, 노래도 즐겨 불렀다.
특히 자가용·신용카드·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3무(三無)’를 고집했다.
불편한 게 오히려 좋은 것이라 게 그 이유다.
고인의 ‘3무’는 소박하면서도 왠지 유별나 보인다.
▲국내에 ‘거지 성자(聖者)’로 알려진 독일인 수행자 페터 노이야르씨(62)의 생활신조는 너무 독특하다.
그는 살생을 말라는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1980년부터 독일 쾰른대 중앙도서관 호숫가 나무아래서 잠을 자고 있다. 또 유기농산품 상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얻어 하루 한 끼만 먹고선 종일 대학 도서관에 처박혀 독서하고 명상하는 것이 그의 일과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20년 넘게 닦지 않은 이빨은 검게 변했다고 한다.
독일 유학 갔던 한국인에 의해 발견돼 국내에도 몇 차례 ‘노숙자’ 신분으로 방한한 바 있는 그는 ‘내가 싫은 것은 남에게도 바라지 말라’는 화두를 던진다.
그러면서 집·돈·여자가 없는 ‘3무’의 무소유를 실천하고 있다.
▲이렇듯 유별나고도 독특한 이들의 ‘3무’는 나름대로 삶의 방식이다.
하지만 범부(凡夫)로선 좀체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반드시 그럴 필요도 없다.
작은 실천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일상의 즐거움과 만족, 행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하루 종일 또는 일주일 내내가 필요 없다.
그것도 단 몇 분 또는 한 주만으로도 가능하다.
이를 테면 은행권이 시도하고 있는 ‘3무 데이’ 같은 것이다.
매주 수요일을 야근·회식·약속이 없는 날로 정해 직원들의 ‘칼 퇴근’을 강제하는 방안이다.
괜찮을 것 같다.
그럼에도 독특한 ‘3무’가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정치권만 해도 명(名)과 이(利)와 욕(慾)을 쫓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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