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많이 받으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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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인사말은 대개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이다
사실 복이란 말은 흔히 쓰면서도 정말 그 뜻은 잘 모른다.
사전에는 ①행복, 좋은 운수 ②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상태…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어로는 해피니스(happiness) 또는 포천(fortune)쯤 되지 않을까.
그러나 웬걸 순수한 우리말은 아예 없는 것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복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들인가.
복(福)이 글자 그대로 하늘에서 내려주는(示) 단지(**)라고 해석한다면 우리 민족은 사람이 좌우할 수 없는 하늘의 소관사항이기에 아예 체념을 했기 때문일까.

▲우리 조상들은 예부터 복에는 반드시 화가 따른다는 화복상관(禍福相關)의 생각과 화복상생(禍福相生)을 믿었다.
때문에 생각이 깊은 사람일수록 돈을 크게 버는 재(財)는 재앙을 가져오는 재(災)라고 여기는 등 복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고자 했다.

심청전에서 심청이 이별상으로 아버지 심봉사에게 푸짐하게 차려 바쳤을 때 “어, 과하다. 빌어먹던 사람이 이렇게 잘 먹으면 손복(損福)하여 빨리 죽는다더라”하는 심봉사의 말에서 우리의 전통적 복관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복은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것으로 알았다.
흥부전에 나오는 우리의 복관도 유사하다.
흥부 마누라가 슬피 울면서 복이 없는 박복한 신세타령을 이렇게 한다.

“애고 애고 설운지고 복이라고 하는 것은 칠성님이 마련하시는가. 산신령이 점지하시는가. 생년월일시 팔자에 매였는가. 이목구비 관상에서 솟아나는가. 좌청룡 우백호 풍수를 타고나는가.”

이를 보면 우리 민족은 복은 하늘이 정한다는 천정론(天定論)을 믿었다.
따라서 아무리 애타게 복을 부르고 애걸복걸해도 모두 헛수고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복’을 두고 새해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 많이 받으시라’고 하는 것은 혹시 두 가지 뜻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나는 먼저 복을 많이 받은 후에 화를 많이 받아라 하는 말이 아니냐는 것이다.

또 하나는 하늘에 다 정해져 있으니 ‘복 받으라’고 말해서 밑질 것도 없는 것이므로 ‘립 서비스’나 하자는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고마운 말은 아닐 터인데 누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인사를 하면 그 말이 고맙게 들리는 것 또한 연연세세 마찬가지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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