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근대화 출발...일제시대부터 공장 설립 본격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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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관은 물론 내부 기계도 보존 역사성.희귀성 높아
근대화의 출발은 공업화로 꼽을 수 있다. 가내 수공업을 벗어나 동력과 기계를 이용한 공장시설은 일제시대부터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와 맞물려 제주시 조천읍에 있는 ‘조천정미소’는 1935년 건립됐다. 근대에 지어진 정미소 가운데 유일하게 건물과 제분기 등 당시의 원형이 남아 있다.

특히 일본 자본이 아닌 조천읍 주민이 공장을 세우면서 민족 자본으로 운영되던 자발적인 근대화의 상징으로 꼽히고 있다.

정미소는 고(故) 김인봉씨가 조천리에서 990㎡(약 300평) 면적에 현무암을 쌓고 양철지붕을 얹어 건물을 지었다.

당시 조천의 주산물은 보리와 메밀, 잡곡으로 사람과 마소로 ‘연자매’를 돌려 곡식을 갈고 찧다가 정미소의 등장으로 제분과 도정을 기계가 대신하게 됐다.

건축 자재(삼나무)와 발동기는 일본에서 들여왔다. 발동기는 1966년 대동중유에서 제작한 20마력으로 교체됐는데 2003년까지 사용됐다.

정미소 설립자의 증손이자 현 소유주인 김병규씨(76·부산)에 따르면 1960년대 전성기에는 새벽부터 마차에 곡물을 실은 사람들이 정미소로 몰려와 새벽 1시까지 기계를 돌렸다고 밝혔다.

벨트를 감은 발동기가 돌아 갈 때마다 ‘칙칙 푹푹’ 내는 소리는 동네 아이들의 좋은 구경거리가 됐다.

신촌·함덕·교래 주민들도 이곳을 찾으면서 보리와 조, 찹쌀, 메밀을 찧으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러나 1980년대 감귤 보급이 확대되고, 채소가 소득작물로 떠오르면서 정미소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이후 미숫가루, 떡, 메주 등의 용도로 발동기는 돌아갔지만 고객이 줄고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문을 닫게 됐다.

소유주 김씨는 “증조부가 차린 정미소는 독립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른 부친(김재진 지사)이 1942년 일본에서 귀국하면서 물려받았다”며 “2008년 건국포장은 받은 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인 정미소를 허물거나 팔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주시 한림읍 옹포전분공장도 건물과 내부 기계가 보존돼 역사성과 희귀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1년 건립된 전분공장은 1991년 폐업할 때까지 원래 모습을 유지하며 40년간 운영돼 왔다.

공장 건물 2동은 온전히 남아있고, 전분 건조장도 건축 당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공장은 당초 7920㎡(2400평) 규모였는데 옹포천 확장사업에 부지 일부가 편입돼 현재는 5940㎡(1800평)가 남아 있다.

원료인 고구마는 한림과 신창 등 인근 마을에서 수매를 했는데 부족하면 고산과 무릉, 모슬포에서도 구입을 했다.

생산된 전분은 부산 등 전국으로 판매돼 주로 당면으로 제조됐다. 공장 내부에 설치된 증기터빈 원동기(3대)는 50마력으로 영국산이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영국제 원동기로 꼽히고 있다.

또한 한림읍 한수리에 있는 수원철공소는 1927년 김원홍씨의 부친이 일본인과 공동으로 공장을 지어 운영했다.

공장의 역사는 ‘1927년도 창업 1호 일정시특기술 스크류전문 수원철공소’라는 간판에서 보여주고 있다.

240㎡ 면적에는 공장과 거주지가 한울타리에 있는데 도내 거의 모든 선박의 부속을 수리했다.

특히 스크루를 잘 다루던 수리전문 공장으로 양철 지붕과 삼나무로 지어진 공장 기둥 및 외벽은 지금도 남아 있다.

제주발전연구원 문순덕 박사는 “역사가 오래된 공장들은 외형뿐만 아니라 근대의 기계시설도 남아 있어 당시의 생활상은 물론 산업화 과정을 엿볼 수 있다”며 “근대 산업유산을 보존하고 관광·문화자원으로 재활용하면 마을을 대표하는 명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조천정미소 전경) 1935년 일제시대에 들어선 조천정미소는 현무암을 쌓아 건축한 독특한 외관을 보이고 있다. 근대에 지어진 정미소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다.<제주발전연구원 문순덕 제공>

(옹포전분공장 전경)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건립된 옹포전분공장은 물이 풍부한 옹포천 인근에 조성됐다. 이곳에서 생산된 전분은 전국으로 팔려나갔다.<제주발전연구원 문순덕 제공>

(옹포전분공장 내부) 영국산 증기터빈 원동기가 설치된 전분공장 내부 모습. 이 원동기 제품은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있어 역사성과 희귀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철공소 간판) 1927년 한림읍 수원철공소는 스크루 수리전문 공장으로 일제시대 창업 1호이자 특허라는 간판에서 보여주듯 뛰어난 기술과 실력을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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