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醫師)? 안중근 의사(義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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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유치원 다니던 아들이 필자에게 물었다. 안중근 의사(義士)가 어떤 병을 치료하는 의사(醫師)냐고.

“안중근 의사는 치과 의사나 소아과 의사처럼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 아니고 우리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한 사람”이라고 설명해 줬더니 아들은 “그럼 왜 의사라고 부르냐”고 반문했다.

한자를 잘 모르는 나이이기에 의사(義士)와 의사(醫師)의 차이점을 설명하기가 난감했었다.

며칠 전 필자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들에게 물었다.

“안중근 의사는 무슨 과(科) 의사지?”

방과후 활동으로 한자를 배우는 아들은 “안중근 의사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醫師)가 아니라 일제시대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의로운 일을 한 의사(義士)”라고 답했다.

한자를 배우면서 의사(義士)와 의사(醫師)의 차이점을 깨달은 것이다.

얼마 전 한 방송에서 리포터가 길을 가는 학생에게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학생은 “야스쿠니 신사? 신사숙녀 할때 신사 아니에요?”라고 되물었다.

일본 전범들의 위패를 모아 놓은 신사(神社)를 ‘신사(紳士)’로 알고 있던 것이었다.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퀴즈프로그램에서는 “이비인후과는 어디가 아픈 사람들이 가는 곳일까?”라는 문제가 나왔다.

상당수 학생들이 정답을 맞추지 못했다. 이(耳)가 귀, 비(鼻)가 코, 인후(咽喉)가 목구멍이라는 뜻만 안다면 쉽게 맞힐 문제였다.

우리말 어휘의 70% 정도가 한자어로 구성돼 있지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자교육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이같은 일이 생겨나고 있다.

초·중·고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진 것은 1968년 10월. 지나친 한자 중시 문화를 바꾸기 위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모든 교과서에서 한자를 삭제하고 한글만 쓰도록 지시했다.

그러다 1972년 한자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그 해 8월 중·고교용 한자 1800자를 선정하고 이듬해 문교부에서 교과서에 한자병용을 결정했지만 여러 차례 논란 끝에 1980년대 초부터는 다시 한글만 사용하게 됐다.

우리말 중 상당 부분이 한자어로 구성돼 있고 또한 풍속(風俗)과 풍속(風速)처럼 두 개 이상의 뜻을 가진 동음이의어도 많아 바르고 정확한 우리말 사용을 위해서는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몇해 전부터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한자교육 열풍이 일고 있다.

한자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만화로 된 한자 교재가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초등학생이 한자 1~2급 시험에 합격했다는 뉴스도 종종 접하게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한자교육추진단을 구성, 2학기부터 초등학교·중학교 교과서 단어를 중심으로 한자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에서도 이미 상당수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활동으로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일부 자율형 학교에서는 한자를 정규 수업에 편성해 가르치고 있다.

제주교육박물관에서도 올해부터 매주 토요일에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자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자를 모른 상태에서 한글로만 쓰인 한자어의 교과서를 쉽게 이해하기는 힘들다. 초등학교때부터 가분수(假分數) 대분수(帶分數), 주어(主語), 서술어(敍述語) 등의 용어에 담긴 뜻도 모른 채 무조건 외우다보니 이해도 제대로 안되고 공부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한자어 어휘력이 낱말의 정확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만큼 학생들이 한자 수업을 통해 얻은 실력으로 학력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조문욱 교육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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