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효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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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강사>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다.

 

큰 아들은 어려서부터 참 공부를 잘했다.
과외를 받지 않았는데도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수위권을 지키더니 원하는 대학에 바로 합격했다. 이름만 들어도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그 대학에 말이다.

 

이 집의 작은 아들은 공부를 잘 못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도 겨우 합격해서 이제 정신을 차리나 했는데 역시나…, 4년제 대학에 들어가기도 역부족이라 집 근처의 전문대학에 다니기로 했다.

 

그 해 겨울방학에 두 아들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물론 큰 아들은 어머니가 어깨에 힘주면서 받아둔 청탁에 의해 중·고등학생 고액 과외를 했고 작은 아들은 주유소 세차요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어머니는 친구의 전화를 받는다.

 

“오늘 좀 기대해도 되겠다. 네 아들, 오늘 과외비 받았거든.”

 

대학생에게는 많다 싶은 액수라 어머니도 내심 기대가 컸다. 조금 있으니 큰아들이 들어왔다. “엄마, 저 저녁 약속 있어요.”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화장실로 들어간다.

 

한참 이따 있는 대로 멋을 낸 아들이 외출하려 하고 있다. 기다리다 못해 엄마가 한 마디 한다. “얘, 너 오늘 과외비 받았다며?”

 

“네, 그런데요?”
“아니, 돈을 많이 받는다기에 엄마는 조금 기대했거든.”
“엄마! 이것까지 노리세요? 전 과외 한 번 안하고 어머니가 원하는 대학 들어갔고, 장학금 받는데 아르바이트 한 돈까지요?”

 

아들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렇다. 부모한테 손 안 벌리고 자기가 벌어 쓰는데 그것까지 눈독 들이는 건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을 짓는데 마침 작은 아들이 들어온다. 겨울바람에 주유소에서 세차하느라 얼굴이 퍼렇다. “엄마, 저 좀 보세요. 이리 와보세요.” 작은 아들이 손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잡은 손이 얼음장 같이 차서 엄마 가슴이 아리다.

 

“엄마! 앉으세요. 저 월급 받았거든요. 30만원! 한 달 동안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에요. 이 안에 다 들어있어요. 엄마 다 쓰세요. 그 동안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죠? 저 다 알아요. 지금은 이것뿐이지만 제가 어른 되면 진짜 효도할게요.”

 

엄마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어떻게 번 돈인데 이 돈을 엄마에게 다 갖다 주는가? 자기도 쓰고 싶은 곳이 많을 텐데…. 그 동안 공부 잘하는 형에게 치여 집에서 대접도 제대로 못 받았는데 어떻게 이런 착한 마음이 남아있었을까?

 

아까 잡아주었던 손의 냉기가 아직도 남아있는데 아들은 부엌에서 저녁을 찾아먹으려고 하고 있다.
아주 잘 키운 아들은 나라의 아들이고 조금 잘 키운 아들은 장모네 아들이라면, 못 키운 아들만 내 차지라고 하는 세상에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건지 생각해보게 하는 이야기다.

 

과연 누가 더 효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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