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에 세워진 이승만 대통령 낚시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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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2012년 7월 청남대에서는 ‘건국의 대통령 이승만을 만나다’라는 특별전이 열렸었다. 이 전시회를 즈음, 그분과 관련된 희귀 사진들이 대거 전시공개되었다. 우연히 이승만 대통령의 희귀사진들을 삺보다가 나는 뜻밖에 사진 하나를 발견했다. 대통령이 창덕궁 정자에서 프란체스카 여사와 낚시질을 하는 사진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이승만 대통령의 낚시 취미에 대해 깊이 있게 조사하다가, 재미있는 가설에 도달했다.

이승만 대통령의 일생은 낚시와 함께한 세월이었다. 이승만 대통령과 관련된 우스개 소리중 그 유명한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란 아부도 낚시중 일어난 일이었다고 한다. 이 농담은 이승만 대통령은 진해에서 낚시를 즐기던 중 있었던 일로, 지금도 그 장소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 및 정자(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65호)로 잘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화진포에 있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도 낚시와 뗄 수 없는 장소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휴양을 위해 찾았던 화진포 별장에는 생전의 유품들을 복원해서 생동감있게 전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유족들이 기증한 것으로 알려진 대통령이 사용하시던 낚시대가 전시되어있다. 이곳 화진포 별장에서 즐겨 낚시를 하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전시하고 있는 듯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던 날도 낚시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당일 아침 오전 8시경 대통령은 창덕궁 후원에서 낚시를 하던중, 황급히 달려온 국방무 장관으로부터 북한의 남침사실에 대해 보고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1960년 4대 대통령 후보로 입후보한 이대통령을 소개한 당시 유력 신문기사의 첫머리도 낚시 이야기였다. “시를 강물에 늘어 뜨리고 몇 10분이 흘러도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분, 낚시 '얼레'를 바라보고 있는동안 아무런 말도 입밖에 내놓지 않는 분, '낚싯대'는 반드니 한국 재래의 한줄기 대나무를 쓰는 분, 낚은 고기는 일어설 반드시 물에 다시 놓아 주는 분”. 이승만의 낚시 취미는 유유자적한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일종의 정치적 이미지로 까지 발전해가고 있었던 듯한 느낌을 주는 기사였다.

그분을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했던 4.19 의거에도 낚시가 있었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전국민의 분노가 퍼져 나가기 시작하던 4월 11일. 부정선거 규탄 시위 도중 사라진 17살의 남학생의 주검이 발견됐다. 어떤 낚시꾼이 마산항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시신은 시위중 실종되었다고 알려진 마산상고 1학년 김주열군이었다. 당시 김주열 군의 주검은 오른쪽 눈에 최루탄이 박혀 있는 참혹한 상태였다. 김주열의 죽음은 부패한 정권에 대한 분노의 폭발점이 되어, 마침내 4.19를 통해 12년간 장기독재하던 이승만 정권의 숨을 끊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통령에서 하야, 하와이로 망명한뒤 병사할때까지 낚시로 소일했다고 한다.

최근 나는 이승만 대통령의 낚시취미 때문에 문화재청과 논쟁중이다. 경복궁 경회루 옆 하향정이란 정자가 있는데, 이 정자는 조선시대 지어진 정자가 아니라 이승만 대통령의 낚시질을 위해 지은 정자란 소문이 있었다. 최근 설마 진짜 그러기야 하겠냐는 반신반의 심경으로 문화재청에 사실확인을 요청해 보았다. 정말 햐향정이 조선시대와 아무런 연관없이 이승만 대통령이 낚시를 위해 지은 정자가 맞는가를 확인해 달라는 취지였다.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사실이었다. 경회루 옆 하향정은 조선시대 지어진 건축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이후 이승만 대통령의 여가와 휴양을 위해 지은 정자로, 이곳에서 대통령이 낚시질을 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나를 더욱 의아하게 만든 것은 아직도 하향정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현실이었다. 경복궁 복원과 보존에 대한 문화재청의 행정원칙은 1894년 경복궁 중건 당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무런 고증자료 없이 경복궁의 원형에 일방적으로 손상을 가한 대통령의 낚시터는 마땅히 철거되어야 할 것이 아닐까? 게다가 하향정이 마치 조선시대 궁궐의 일부였던 것처럼 아무런 설명없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100보를 양보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이 경회루에서 낚시질 하기 위해 정자를 지었다는 것은 그다지 흔쾌한 일은 아닌 듯 싶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그동안 경복궁 경회루 옆에 잘 있었으니 그 또한 역사의 일부이고 소중히 보존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그도 그럴법 하다. 그렇다면 썩은 이빨은 왜 뽑고, 보기싫은 흉터는 왜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걸까? 썩은 이빨과 보기싫은 흉터도 자신의 몸의 일부이고 인생의 자취일진데, 왜 사람들은 제몸을 함부로 뽑고 고치려고 하는 것일까?

경복궁의 하향정은 우리 시대에게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이른바 헌법 전문에 규정한 대로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해서 세워진 대한민국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 수 있을지.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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