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반란과 오존의 장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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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해바라기’는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뜨겁고 격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대변하는 영혼의 꽃으로 그의 삶과 예술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 어느 날 그 해바라기 무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해바라기꽃이 태양을 배반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꽃들은 태양의 반대편을 주시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해바라기를 ‘꽃이 해를 향해 핀다’라는 뜻의 향일규(向日葵)라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이 꽃을 일편단심을 가진 충신에 비유했으며, ‘향일규화’라는 시에 해바라기의 충성스러운 마음을 칭송했다.

 

이와 달리 윤선도는 ‘무궁화’의 경우 한 태양만을 섬기기 위해 매일 꽃이 지지만, ‘해바라기’는 매일 떠오르는 다른 태양을 향해 한결같이 고개를 숙이니 지조가 없다고 비판했다.

 

무궁화는 어제 핀 꽃을 오늘에는 음미할 수 없다. 오늘의 태양만 의지해 섬기고, 꽃을 피우며 자기 역할을 다할 뿐이다. 이 꽃이 이튿날 새로이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웃는 것은 수치로 여기는 것으로 표현했다.

 

해바라기꽃은 오염된 대기환경을 싫어한다. 파란색이 회색으로 변해가는 하늘을 보기가 싫은 모양이다. 이 꽃은 허공에서 다양한 모양을 연출하는 구름도 오염물질을 품고 있는 것으로 의심을 한다.

 

이젠 이 꽃은 조지훈의 ‘마음의 태양’에도 등을 돌릴 것 같다. ‘꽃 사이 타오르는 햇살을 향하여/ 고요히 돌아가는 해바라기처럼/ 높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맑은 넋을 살게 하자.(…) 푸른 하늘로 푸른 하늘로/ 항시 날아오르는 노고지리 같이/ 맑고 아름다운 하늘을 받들어/ 그 속에 높은 넋을 살게 하자.’

 

해바라기의 관점에서는 하늘은 더 이상 맑고 아름답지 않으며, 노고지리가 날아오르기에도 높은 넋을 살게 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해바라기는 ‘자연환경이 극심하게 오염되어 있다’고 인간에게 경고하는 차원에서 태양을 배반하고 등지고 있다.

 

이 식물은 오존 경보에 몸을 움츠리고 있다. 오존은 강력한 산화제이며 매우 반응성이 크다. 특히 이것은 호흡기에 큰 자극성을 지니고 있다. 대기 중에 오존 수치가 높아지면 병원 입원율이 높아지고 호흡기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증가한다.

 

오존에 자주 노출되면 호흡기 감염이 쉽게 되고 폐에 염증이 생긴다. 또 천식을 악화시키고 폐의 기능을 떨어뜨리며 가슴 통증과 기침을 증가시킨다. 더구나 이 물질은 아이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오존은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면에서도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이것은 고무류에 강한 자극을 주기 때문에 자동차 타이어와 여타 고무제품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이 물질은 담배, 토마토 등의 농작물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해바라기도 웃음을 잃어버렸다.

 

우리가 생활하는 대류권의 오존은 햇빛이 존재하는 동안 대기 중의 다른 오염물질을 포함하는 화학반응으로부터 생성되는 이차적인 오염물질이다. 해가 지면 오존 생성은 멈춘다. 석양이 지는 시간이 되면 오존 생성 농도는 격감한다. 자연의 화학반응도 아름다운 저녁노을에 넋을 잃고 내일을 기약한다.

 

허공의 주인공인 공기는 이처럼 다양한 물질을 싣고 다니며 여러 가지 장난을 한다. 사람들은 공기를 심하게 오염시켜 숨쉬기에 부적합하게 만들었다. 이제 공기는 쾌적하지도 않고 감칠맛을 잃은 지도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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