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한 대입제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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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5~20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대학별로 수시는 4개, 정시는 2개 이내로 전형 방법이 축소되고, 수능 최저학력기준으로 백분위를 사용하는 것이 금지돼 등급만 반영된다. 올해 수능에 처음 도입된 영어 A·B 수준별 시험이 폐지되고, 영어시험에서 듣기 문제도 22문제에서 17문제로 축소된다. 또한 논술·적성고사 실시 대학에 대해서는 재정보조금 지원에 불이익을 줌으로써 논술·적성고사를 가급적 시행하지 않도록 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개편안은 그동안 문제됐던 내용들에 대한 개선책을 일부 담고 있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동안 대입 전형은 너무 복잡하고 많아 논란의 대상이 됐다. 전국 4년제 대학의 입학전형은 2800여 개에 달한다. 더욱이 선택형 수능을 통해 대학마다 요구하는 유형, 등급, 백분위가 제각각이어서 실제는 수만 개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 학교까지 넘어선 수능의 영역을 재정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편안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현재의 고 2 학생들이 당장 접해야 하는 입시제도를 이 시점에서야 확정함으로써 또다른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곧바로 내년 대입에서 모집시기별 선발 인원과 전형 방식의 변화를 초래한다. 입시기관과 전문가들은 우선 수시 선발 인원이 감소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 선발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수시 일반전형 선발 방식에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하면서 대학들의 최종 선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전 방식으로 수시 지원과 합격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됐고, 당장 내년 수험생들은 대학과 학과 선택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올해의 경우 대학들이 입학전형을 7월에야 확정하는 배짱을 부린 점을 감안하면 학부모와 학생들의 겪어야 할 불안과 고통이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사실 대학 입시제도는 정답이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논술전형만 봐도 이른바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려고 할 경우만 해당될 뿐 대다수 학생들과는 무관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논술전형은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통합적인 사고력과 표현력을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사교육을 부채질한다는 입장이 맞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폐지가 유력시되다가 살아남은 입학사정관제 역시 자기소개서 작성과 비교과에 대한 관리 등 결국은 사교육에 의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핵심은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개정은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영어 수준별 시험이 첫 시행도 되기 전에 내년부터 폐지라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이들을 실험실의 쥐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면 ‘아니면 말고’ 식의 제도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달라지는 대입제도를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당장 완벽한 방도를 내놓겠다는 과욕을 버리고 사회의 합의 속에 최소 10년은 유지되는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대학들 또한 ‘갑(甲)’의 자리에서 내려와 이 같은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이번 주말 건국대 등을 시작으로 올해 입시에서 논술전형이 막 오르면서 수험생과 가족들의 마음 또한 바빠지기 시작했다.

초·중·고 12년을 정리하는 대입 수능을 위해 새벽에 나가 밤늦게야 귀가하는 아이들에게 예측 가능한 입시 제도를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의 책무다. <홍성배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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