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나무들 모여 협동조합 숲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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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31곳 설립...업종별 유형 다양
바야흐로 협동조합 설립이 붐을 이루고 있다.

올해 뜨거운 경제 이슈는 경제민주화와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국내에선 걸음마 단계이지만 선진국에서는 200년 이상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AP통신, FC바르셀로나, 알리안츠생명, 썬키스트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바로 협동조합이다.

제주일보는 따뜻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협동조합의 의미와 도내에서 새롭게 발을 내딛는 협동조합의 사례, 협동조합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전문가 제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착한 자본주의 공생의 활로를 찾다=지난해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되면서 5인 이상이면 누구나 보험·금융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협동조합은 경제적으로 어렵고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이 뜻을 같이하고 힘을 한데 모아 스스로 자신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든 경제조직을 말한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1%가 아닌 99% 다수를 위한 경제모델이다. 조합원들이 공동출자하는 협동조합은 주식회사와는 달리 ‘1주=1표’ 방식이 아닌 ‘1인=1표’ 방식으로 운영된다.

출자규모와 무관하게 의결권이 1인 1표제인 이런 특성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계층과 영역에서 협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역 협동조합 현황=9월말 현재 제주특별자치도에 설립신고된 협동조합은 모두 31곳. 도내 협동조합 1호는 지난 1월 말 설립된 ‘월평도시골협동조합(이사장 오경식)’이다.

조합원은 마을회장, 연합청년회장 등 마을 주민들과 도시에서 서귀포시 월평마을로 이주한 젊은 청년들이다. 조합은 마을 내 농촌 빈집을 개·보수해 빌려주는 게스트하우스 사업, 올레 제7코스 종점 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휴게음식점 운영, 마을에서 생산된 한라봉과 감귤·백하 등 농산물과 화훼류의 인터넷 온라인 판매, 빈 건물을 이용한 마을밴드와 풍물패 등 문화프로그램 운영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언니네텃밭우영협동조합(대표 추미숙)은 제주의 여성 농민들이 토종씨앗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해 소비자의 건강과 마을 공동체문화를 지키고 있다.

‘꾸러미사업’으로 유정란과 토종품종 콩으로 만든 두부를 비롯해 방풍잎, 들깨, 81종 참깨 상추 등의 제철 채소를 재배해 소비자에게 공급한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대표 이경수)은 직원 공동으로 조합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직원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됐다. 안정적인 일자리 확대와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여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앞으로 마트 매장사업을 비롯해 인터넷 판매, 조합원 교육 상담 및 지역공동체 사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의 천연조미료 반찬전문점인 ‘맛드림’이 입점하는 등 배당수익의 3분의 2를 취약계층 지원과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에 지원할 계획이다.

제주폐가살리기협동조합(대표 김영민)은 농촌지역의 빈집이나 폐가를 리모델링해 숙박시설이나 카페 등으로 임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합은 협동조합 컨설팅을 위해 제주를 방문한 국무총리실 특별 강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조합원에 가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받기도 했다.

이 밖에 안경사협동조합(대표 부준필), 탐나출판인쇄협동조합(대표 김경수), 제주공인중개사협동조합(대표 우철), 제주특별자치도서점협동조합(대표 박순애), 제주녹색정비협동조합(대표 고보철), 제주제과인협동조합(대표 한지섭), 제주세탁업협동조합(대표 전명근), 제주산활어수산물유통협동조합(대표 고석철)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함께 하는 협동조합이 있다.

중국어 통역가이드 등 관광분야와 관련해 제주자유여행협동조합(이화금), 제주관광직거래협동조합(대표 고승익), 제주보고정여행협동조합(대표 김미옥) 등이 설립됐다.

▲제주형 협동조합의 미래=협동조합은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존 기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경기침체를 뚫고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주지역은 1차 산업과 3차 산업 중심의 지역경제 특성상 농·수·축산인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는 사회적기업 및 마을기업과 연계한 협동조합과 대리운전, 캐디 등 일상생활과 밀착한 다양한 협동조합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동조합은 소비자의 경우 원하는 맞춤형 물품과 서비스를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고, 생산자는 조합과 연계한 직거래 및 사전계약재배를 통해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제주지역 경제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도내 협동조합 대부분 경쟁력이 약한 동종의 소상공인, 전통시장상인, 자영업자, 농민 등이 모여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유형의 협동조합이 속속 등장할 전망이다.

제주형 협동조합의 성공을 위해서는 협동조합 육성을 위한 지원체계 육성과 관련 조례제정 등으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조합원의 참여와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가 중요하다. 주주를 위해 수익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인 기존의 기업과 달리 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제도적인 뒷받침과 조합원들의 참여가 보장되면 협동조합은 관(官) 주도가 아닌 민(民) 주도로 자율경쟁을 벌여야 한다.

조합원들을 최우선하는 협동조합의 가치와 원칙이 지켜진다면 제주지역 경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자본주의가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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