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문화 유산 역사.교육.문화 자원으로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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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20곳 등록...보존.관리 허술 훼손 가속화(30회)
   
(사진=알뜨르비행장 격납고) 일본군이 제주도에 구축한 최대의 군사시설로 1945년 종전 때까지 확장공사가 진행됐던 알뜨르비행장의 한 격납고(엄폐호). 이곳은 일본 내 마세아마시, 우사시 등 옛 비행장보다 전쟁유적이 더 많고 보존 상태도 양호하지만 지금껏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 및 활용 가치가 높은 문화재를 ‘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다.

도내에선 2002년 제도 시행 첫 해에 서귀포시 대정읍 강병대교회(38호)와 알뜨르비행장 격납고(39호)가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어 2008년 삼무공원 증기기관차(414호)가 지정되면서 모두 20곳에 이른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지금까지 5년 동안 제주지역에선 등록문화재를 단 한 건도 올리지 못했다. 이 기간 전국에선 113곳이 지정됐다.

그런데 추가 지정은 고사하고 지금까지 선정된 등록문화재마저 활용 및 보존방안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아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각 지방자치단체마다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재발견하면서 관광 자원 및 문화·예술 인프라로 적극 활용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한 근대문화유산은 축제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1946년부터 56년 동안 국내 최대 담배공장이었던 청주 연초제조창(12만2000㎡)은 10년 가까이 흉물로 방치됐었다.

충주시는 이 건물을 근대문화유산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2011년부터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개최지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55개국 1188명의 작가가 1490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디자인계의 거장 루이지 꼴라니는 최근 연초제조창을 둘러본 뒤 세계적인 문화공간으로 손색이 없다며 자신의 이름을 딴 ‘루이지 꼴라니 디자인센터’ 건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제주 근대문화유산의 현주소=도내 등록문화재 20곳 가운데 11곳(55%)이 일본군 군사·전쟁 유적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인 알뜨르비행장 격납고다.

이곳은 격납고 19개를 비롯해 지하터널과 섯알오름 동굴진지, 고사포진지 등 3곳이 모두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조성윤 제주대학교 교수는 “전쟁 당시 일본 내 군비행장 가운데 알뜨르비행장 만큼 격납고(엄폐호)와 요새가 남아 있는 것은 단 한곳도 없다”며 “전쟁 당사국인 일본에도 없는 유적인 만큼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생생히 보여주는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알뜨르비행장 터는 국방부가 소유로 20년 넘게 임대 경작지로 이용되면서 격납고는 농기계 및 농작물 보관창고로 전락하는 등 오랜기간 방치되고 있다.

아울러 등록문화재 313호인 송악산 진지동굴은 최근 외벽이 무너지면서 동굴 2군데 입구가 막혀버렸다. 또 추가 붕괴가 우려돼 출입이 금지되면서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보존은 물론 활용도 못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근대문화유산 재조명 필요=2003년 ‘제주도 근대문화유산 조사 및 목록화 보고서’를 발간한 제주국제대 건축디자인학과 양상호 교수는 “근대문화유산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교로서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재조명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정리해 근대사를 체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료와 교육의 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교수는 또 “근대문화유산은 성립 연대가 오래지 않아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각종 개발 및 신문화 대체로 너무나도 쉽게 훼손·파괴되고 있다”며 “이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의 계승은 물론 정체성에 대한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제주 근대역사문화시설의 문화자원화 방안’ 보고서를 펴낸 제주발전연구원 문순덕 박사는 “빠른 시일 내에 근대문화시설에 대한 평가지표를 구축하고 전수 조사를 실시해한다”며 “마을별, 지역별 회의체를 통해 각 마을에 있는 문화자원 분포를 조사하는 기록화사업과 ‘역사문화지도’ 제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박사는 “근대유산은 문화·관광자원은 물론 예술창작벨트로 활용할 수 있고, 제주의 시대적·보편적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미래 문화유산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끝>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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