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제도 개선안 실효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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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축소·왜곡 의혹으로 촉발된 경찰의 수사제도 개선안이 지난달 30일 공개됐다.

경찰 수사제도 개선위원회는 지난 6월 출범 이후 3개월간의 논의를 거쳐 경찰 내부 수사지휘 방식과 절차를 정비하는 등 총 5대 분야 20개 세부과제를 담은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경찰청에 권고했다.

일선 경찰 수사관의 수사에 대한 상급관서의 수사지휘는 원칙적으로 서면으로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도 도입되며 경찰 내부 결정에 불복 시 외부 위원회에서 심사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권고안은 우선 사건 유형에 따라 수사 책임을 명확히 하고 수사 책임관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수사 공정성 제고 방안을 제1 과제로 담았다.

특히 상급 경찰관서가 수사지휘를 할 때는 전화 등을 통해 말로 할 게 아니라 서면으로 정식 절차를 거쳐 지휘토록 했다. 윗선의 외압을 차단하고 지휘 내용을 명확히 기록하도록 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자는 것이다.

상관의 부당한 수사지휘에 대한 이의제기는 구체화된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이의를 제기할 경우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수사이의 심사위원회’를 둬 이를 통해 판단케 했다.

이어 수사과정의 적법 절차 준수 및 인권보호를 위해 변호사 자격을 갖춘 경찰사법감찰관제도를 도입해 경찰의 체포와 조사, 유치장 입·출감 등 주요 수사단계별로 적법 절차 준수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권고됐다.

유치장 관리를 수사부서에서 경무부서로 옮기는 방안도 추진된다.

구금권을 이용해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에게 불필요한 압박을 주는 등 인권침해가 있어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수사 전문성 향상 분야에서는 특정사건에 대한 지방청 전문수사 및 지원체계 강화, 수사간부의 책임수사 시스템 구축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수사과정의 국민편익 증진 분야에서는 신속하고 책임있는 사건 수사와 고소 남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날 제도개선위원회가 발표한 권고안은 원론적 수준의 안들이 대부분이고 이미 경찰법에 명문화 돼 있는 수준에 그쳤다. 실제 수사지휘에 대한 이의제기권을 경찰법 24조 2항에 규정돼 있지만 구체적인 방식이나 절차 등이 규정되지 않아 사문화돼 왔다.

이에 대해 일선 경찰들도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수사지휘와 이의제기 과정이 명문화됐다고는 하지만 경찰서장이 인사권이라는 큰 권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다.

일선에서는 이의제기를 하면 인사 불이익을 주지 않는 것을 규칙에 넣는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일선 경찰관들은 또 이번 발표된 권고안에 대해 대부분 원론적인 얘기고 지금까지 있었던 말이라 앞으로 실행방안을 어떻게 만들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번 발표된 경찰의 수사제도 개선안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것도 사실이다.

원론적 수준의 개선안에 그치면서 국정원 댓글사건 축소수사 의혹 이후 경찰의 신뢰 회복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듣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이번 개선안에 대해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그는 “기존에도 있던 규정들도 제대로 안 지켜져 그동안 문제가 발생했던 것인데 개선안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과연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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