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을 굽이도는 길다란 돌담 앞에
멋쩍은 팔다리에 하얀 꽃 깊은 향기
밤늦게 날 기다리다 인제오니? 했다
얼굴에 가시 심어 눈물딱지 자국에도
연한 순 뒤덮이면 마음은 호롱촛불
그 오빠 수줍게 서서 좋아한다, 했다
어느 해 희뿌연 먼지 산길을 드나들고
흰 포도 깔리면서 탱자나무 베어질 쯤
무너진 돌담 곁에서 서울 간다, 했다
듬뿍새도 뻐국새도 울지 않는 마을에
“울오빠 비단구두” 흥얼대며 가는 길
아직도 탱자그늘 드리운 내 마음의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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