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도넛, 그리고 새우젓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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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새우로 잉어를 낚는다”, “새우잠 잔다” 등의 속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새우는 약자의 대명사이지만 고급 식량자원이다. 새우는 한문으로 ‘하(蝦)’라 하고, 일본에서는 ‘해로(海老)’라 하는데 허리가 굽어 ‘바다의 노인’이라고 한 것 같다. 특히 대하는 긴 수염과 관련해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새우깡 한 봉지에 꽃새우가 4마리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우깡이 1971년 세상에 태어난 후 누적 판매가 벌써 75억 봉지를 초과했다. 이것은 국민 1인당 150봉지 이상을 구매한 양으로 그동안 수많은 새우가 새우깡과 함께 사라졌다. 새우깡의 수출국이 76개국에 이르는 것을 보면 꽃새우의 위력이 대단한 것 같다.

 

이처럼 각광받는 새우깡도 우여곡절을 맛보면서 태어났다. 새우깡을 만드는 과정에서 적정 온도를 찾지 못해 태우는 연습도 많이 했을 것이다. 태우고 튀기고 하는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새우깡도 수출 품목으로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완전히 익은 도넛을 먹을 수 있는 것은 이것에 커다란 구멍을 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설익은 케이크를 먹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노력 덕택에 구멍 뚫린 도넛이 탄생했다.

 

도넛을 튀길 때 가열 정도에 따라 이 속에 함축되어 있는 수분 증발 속도가 상이해진다. 기름의 열기가 큼지막하게 뻥 뚫린 구멍을 통해 열전도율이 낮은 도넛 내부까지 침투한다. 이 때 작은 공기구멍들이 형성되며, 이 내부로 튀김기름이 침투한다. 기름과 물 사이에 상호교환이 일어난다.

 

열에 의해 물질의 상호교환이 발생함으로써 튀김 전후에 조직은 완전히 변모한다. 물론 도넛은 서서히 튀겨야 속까지 부드럽게 부풀어 오른다. 이런 다양한 절차가 잘 마무리되어야 색각과 미각이 즐거울 것이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새우가 신장과 혈액 순환에 효험이 있어 양기를 돋워준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사는 습성이 있으며, 연안을 비롯한 대륙붕 또는 강어귀에 서식한다. 특히 이것은 번식력이 강해 한 번에 십만 개 이상의 알을 산란하며 키토산과 칼슘, 타우린 등을 함유하고 있다.

 

김치는 배추 혹은 무에 다양한 재료를 첨가해 소금 존재 하에서 젖산발효를 일으킨 일종의 산발효 채소이다. 이것은 원료 채소의 신선한 맛과 향이 손실되지 않게 각종 성분을 내부에 침투시켜 조화된 풍미를 지니도록 숙성한 것으로 주가공 원리는 침투·효소·발효 등의 복합적인 작용이다.

 

이때도 부재료로 젓갈류, 특히 새우젓을 첨가시키면 김치의 영양가와 풍미는 상당히 달라진다. 배추김치나 깍두기를 담글 때 쓰는 새우젓은 김치 고유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생성시킨다. 특히 새우젓 중에 새우가 가장 통통하고 살이 많은 것으로 6월에 담근 육젓이 최고의 걸작품으로 꼽힌다.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으로 담근 새우젓에 돼지고기를 찍어 먹는 것도 과학을 탐구·섭취하는 것이다. 새우젓은 발효과정에서 지방 분해효소인 리파아제를 생성하기 때문에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새우깡을 잘 튀기고, 도넛을 균일하게 익히고, 젓갈과 김치를 잘 발효·숙성시키는 것이 살아 움직이는 최고의 과학 교과서의 실험편이다. 여기서 발효·침투·효소의 원리와 구멍 및 열전도율의 묘미를 터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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