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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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새해다. 사람들은 새해에 금연을 하겠다느니, 돈을 모으겠다느니, 승진하겠다느니, 살을 빼겠다는 등 한 해의 목표를 정한다. 행정당국 역시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 발표한다. 국민들이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만족 수준도 같이 높아질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면 더 만족해질까? 유명 브랜드 옷을 입고 자란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 때때옷을 입으며 기뻐했던 어른들보다 더 만족할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56년과 1988년 사이에 미국 국민의 실질 소득은 2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전보다 2배 부자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국민들의 만족 수준 역시 2배 증가하지는 않았다. 놀랍게도 경제적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한다는 답변은 42%에서 30%로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1958년과 1987년 사이에 일본 국민의 실질 소득은 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생활 향상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만족 수준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객관적인 삶의 수준과 마음으로 느끼는 만족 수준은 다른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람은 똑같은 상황이더라도 상대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섭씨 10도의 바깥에 있다가 섭씨 20도의 방에 들어가면 따뜻하다고 느낀다. 이와 반대로 섭씨 30도의 바깥에 있다가 섭씨 20도의 방에 들어가면 시원하다고 느낀다. 또한 월급이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된 사람이 1000만원에서 1100만원으로 인상된 사람보다 더 만족해한다. 똑같은 섭씨 20도와 100만원 월급 인상이지만 사람의 판단은 절대적이지 않고 매우 상대적이다.

즐거움과 흡족함에 관한 매우 흥미 있는 연구가 있다. 이 연구는 복권에 당첨되어 일확천금을 거머쥔 사람이 느끼는 만족 수준에 대한 것이다. 복권에 당첨되어 일확천금을 갖게 된 사람이 일반인보다 일상생활에 대한 만족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옷을 사고 텔레비전을 보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은 복권 당첨에서 얻는 스릴과 비교할 때 큰 만족을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목욕탕의 온탕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매우 뜨겁게 느껴지지만 이내 미지근하게 느껴진다. 갑자기 찾아든 일확천금도 처음에는 큰 만족을 주지만 이내 적응이 되어 그다지 큰 만족을 주지는 못한다.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카네만 교수는 사람의 만족(행복, 효용)은 절대적이라기보다 상대적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는 이랬으면 하는 욕망과 열망의 수준을 낮출수록 만족을 크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농사짓는 철인(哲人) 전우익 선생이 쓴 책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모두 군살 빼는 데 혈안인데 지나친 욕심도 함께 빼자고 그는 말한다. 살을 빼면 몸이 가벼워지듯 욕심을 빼면 마음도 가벼워질 것이라 한다. 마음의 부자로 살자는 것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가사상과 가까운 그의 말은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신선한 교훈을 준다.

절대적인 만족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거나 위만 보지는 말자. 마음 속에 느껴지는 상대적인 만족감은 더 중요하다. 남들은 일생에 한 번 있는 신혼여행을 위해 제주를 찾는다. 서울에서는 한강다리 하나 건너는 데 한 시간이나 걸리기도 한다. 온탕의 온도를 잊어버리는 것처럼, 좋은 환경에 살고 있음을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욕망의 수준을 낮추어 일상생활의 작은 행복을 크게 느끼는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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