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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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朕)은 신(神)’이라던 때가 있었다. 신정(神政) 시대가 그랬다. 그때 통치자는 신으로 자처했다.

‘짐은 곧 국가’라던 시절도 있었다. 왕이 곧 국가라는 것이다. 이것은 왕정(王政) 혹은 군주 정치시대 흔히 나왔던 얘기들이다. 우리나라에도 ‘짐이 부처임을 알라’며 야단법석(野壇法席)하던 궁예 왕이 있었다. 이들 무소불위(無所不爲)한 왕들의 힘 아래 짓밟히던 백성들의 원성이 역사 저편에서 들려 오는 듯 하다.

왕이 곧 신이요, 국가요, 부처였을 때, 과연 백성은 무엇이었던가. 초목의 싹들을 그린 것이 백성민자(字)의 시초라니 민(民)은 땅이나 일궈 겨우 뿌리나 부지하는 한낱 모진 들풀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그래서 민초(民草)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백성들에게도 사람 대접을 해 주는 사람다운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동.서양의 몇몇 현인들이 그들이다. 그들은 ‘백성의 마음이 하늘의 마음(民心 天心)’이라고도 했고, ‘하늘의 뜻이 사람의 뜻(天心 民心)’이라고도 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고도 했으며, ‘만인은 평등하다’고도 했다.

동학교주 수운(水雲) 최제우 같은 이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라고 가르침으로써 여기에 심취, 한때 그를 따르는 백성들이 인산인해를 이룬 적도 있었다.

하기는 왕이든 군주 모두가 자신을 신이나 부처라 칭하거나 국가연(然)한 것은 아니었다. 폭군이 아닌 현군(賢君)의 경우는 그래도 민심을 천심으로 여기고 경외했던 일화들도 없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별도의 심벌과 로고를 정함이 없이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슬로건을 그 대안으로 사용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즉 국민이 곧 대통령, 대통령이 곧 국민이라는 치국(治國)의 철학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법한데, 우선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린다. 노무현 당선자의 통치 스타일을 예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민심천심이나 인내천보다 국민=대통령이 한 단계 격이 다른 것 같지만 통치 철학상의 맥은 다를 게 없다. 국민들은 정말 오랜만에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란 기분 좋은 대접을 받게 되나보다. 앞으로 5년, 정말로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아무 격의가 없는 평온한 시대가 열릴 것인지 한 번 크게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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