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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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이라는 가을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뜬금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진짜 근심 걱정이 많다.

부모, 자식, 조직의 일원, 친구, 선배, 후배 등 현대인들은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지적했듯이 복잡한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다중정체성을 갖게 되고 그에 따라 다양한 고민을 갖게 된다. 기자 역시 마찬가지다.

부모의 입장에 서면 가장 큰 근심 걱정거리는 자식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자식을 두고 있는데 매일매일 근심 걱정거리가 생긴다.

큰 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친구들과 사귀지 못 하는 것 때문에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중학생이 된 지금은 ‘그 때의 고민은 정말 별 것도 아니다’고 단언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헤쳐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많은 고민을 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고 있는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하고 내가 겪었던 그 시기와는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지 걱정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작은 아이는 텔레비전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 아이를 보면 또 TV중독이 될까봐 근심이 생긴다.

반대로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들께 매일 걱정을 끼치면서 살고 있는 자식으로서의 죄송함도 늘 마음 한 구석에서 똬리를 틀고 있다.

생활인이기에 내가 월급을 받고 있는 조직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내가 과연 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인지, 내가 속한 조직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내가 이 조직에서 계속 생활을 해야 하는지….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니 기자의 이런 고민은 근심 걱정 축에도 끼지 못 하는 것 같다.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3, 중3생들, 그 입시를 거쳐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찾기 위해 입사시험을 치르고 있는 청년들, 그 입사시험을 치르고 입사한 회사에서 구조조정 앞에 내던져진 직장인들. 열심히 삶을 살고도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 최대 과제인 사람들.

이들의 근심걱정은 단순히 개인의 것이 아니라 주변의 가족들의 근심 걱정이고 사회의 근심 걱정이다.

조선시대 김윤안이라는 선비는 “근심은 마음의 병인데 풀어서 없어지게 하여 즐겁게 된다면 천지 만물이 모두 나에게는 즐거운 것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근심 걱정은 자신의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내 자신의 노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근심 걱정도 있다.

김태완(사)지혜학교 철학교육연구소 소장은 “근심 걱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겉으로는 아무리 평온하게 보이는 사람이라도 속에서는 근심과 걱정을 안고 산다. 삶은 근심 걱정의 연속이다. 근심 걱정은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가지 근심이 사라지면 또 다른 근심이 생기고, 한 가지 걱정이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이 생긴다. 그러기에 근심 걱정은 아예 뿌리째 없애려고 할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근심 걱정을 풀어내는 슬기를 스스로 터득할 일이다”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김 소장은 “사회 지도층은 자기 근심을 근심으로 삼지 않고 시대의 근심을 근심으로 삼아야 하며, 자기 걱정을 걱정으로 삼지 않고 사회의 걱정을 걱정으로 삼아야 할 책임이 있다.

자기의 근심과 걱정은 작은 근심 걱정이다. 사회와 시대의 근심과 걱정은 큰 근심 걱정이다. 사회 지도층은 큰 근심과 걱정을 자기의 근심 걱정으로 삼아야 하므로 자기 일신의 불편함은 웃음으로도 넘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개인은 개인대로, 사회지도층은 지도층대로 곱씹어볼 말이다.

 

<부남철 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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