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먹성이 좋은 사람이라도 가끔은 입맛이 없어 먹는 것이 시큰둥해지기 마련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말도 사람도 살이 오르기 마련일 터인데 한풀 꺾인 입맛 덕분인지 느슨해진 허리춤을 붙잡고 뭔가 맛난 것이 없나 찾아 나섰다.
제주시 애월읍 하귀1리 해안도로를 향해 시원스레 드라이브를 즐기다가 풍문으로만 들어 왔던 ‘고등어쌈밥’(대표 이춘옥)을 방문했다.
미식가들 사이에 일명 ‘쌈박’한 맛집으로 유명한 이 집은 해안가를 끼고 자리를 잡아 찾은 이들에게 가게 입구에서부터 탁 트인 바다 풍경을 한껏 선사한다.
이 집의 대표메뉴는 바로 고등어쌈밥. ‘고등어쌈밥? 어떤 음식이지?’ 알쏭달쏭한 메뉴 이름이지만, 사실 묵은지 고등어조림에 쌈 채소를 더한 음식이다.
불그스름하게 윤기가 좔좔 흐르는 묵은지 고등어조림.
집게를 들고 일단 묵은지부터 척하고 들어 올려 쓱쓱 가위를 분주히 놀린다. 상추와 깻잎을 탁탁 털어 손에 올리고 묵은지와 고등어, 쌈장, 마늘, 젓갈 등을 마치 공든 탑을 쌓듯 차곡차곡 개어 큼지막한 쌈 하나를 만들고는 한입에 털어 넣는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하고, 새콤하면서도 달콤한 이 맛. 잃어버렸던 입맛과 극적인 상봉에 입도 마음도 무척이나 즐겁다. 부지런한 수저질에 밥 한 공기가 금세 뚝딱이다.
맛의 비결을 묻자 주인장 이춘옥 대표는 정성이라 단언한다.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온 아들, 멀리 시집을 가 오랜만에 친정을 찾을 딸을 맞이하듯 손님들을 위해 정성을 다해 음식을 준비해요. 몸에 좋은 신선한 고등어를 5개월간 잘 익은 묵은지와 함께 디포리(밴댕이) 육수에 넣어 팔팔 끓여 내놓죠. 손님들이 정말 맛있다며 그릇을 싹싹 비워 낼 때면 내가 이 일을 하길 참 잘했구나 싶어 더없이 보람을 느끼죠.”
혹여 시린 가을바람에 부쩍 입맛을 잃은 이들이 있다면 이번 주말 가족 혹은 지인과 함께 이 집을 찾아 ‘쌈박’한 고등어쌈밥을 즐겨보기를 추천한다.
문의 고등어쌈밥 799-9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