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명품화 결실, 정부 지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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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가 황금빛 물결로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제주의 대표적인 상징인 감귤이 수확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감귤을 재배하는 농가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1년 동안 정성껏 키워온 노지감귤 가격이 지난해보다 좋게 형성돼 결실의 계절을 실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감귤에는 그 달콤한 맛이 감귤 농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지 만은 않을 정도로 애환이 서려 있다.

감귤은 고려시대 문종 이전부터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조선 명종 이후부터는 감귤이 진상된 것을 기념해 과거를 치르는 황감제(黃柑製)가 열리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백성들은 묘목 수에 맞게 진상품 수량을 채우지 못할 것을 걱정하며 아예 감귤나무 뿌리를 잘라 말려 죽이거나 펄펄 끓인 물을 끼얹어 고사시킬 정도로 아픈 사연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50여 년전 박정희 정부가 감귤 진흥을 통한 소득 수준 향상에 나서면서 농가들에게 고소득 작물의 꿈을 심어주었다. 한 때 감귤나무 2그루만 수확해도 대학교 등록금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수익이 좋아 ‘대학나무’로 불리워질 정도였다. 지금은 ‘대학나무’만큼 못하고, 생산량과 국내 경기 영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생명산업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감귤 농가들은 이제 올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인 ‘제주 감귤산업의 세계적 명품산업 육성’에 큰 기대감을 걸고 있다.

선친인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씨앗을 뿌려 성장시켜온 감귤을 박근혜 대통령이 이어받아 세계의 명품으로 결실 맺기를 바라는 희망을 키우는 것이다.

때맞춰 제주특별자치도는 감귤 명품화 육성 대책을 주요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도 내년 1월 명품감귤사업단 설치를 위해 직제 신설에 나서고 있다. 제주농협은 이 사업단을 사무국(감귤지원팀)과 유통국(마케팅팀)으로 구성, 각종 정책사업 수행은 물론 통합 마케팅에 나설 계획이다.

문제는 감귤 농가의 자구 노력, 제주도정과 제주농협의 계획 못지 않게 정부의 의지와 예산 뒷받침이 제대로 이뤄지느냐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부터 예산 문제로 삐걱거리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가속화로 자칫 ‘헛구호’로 전락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내년 정부 예산안에 ‘명품 감귤’ 공약사업과 관련된 신규 사업 예산이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월 올해부터 2017년까지 7000억원을 투자하는 국가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국비 분담액은 2100억원대로 전체의 3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 구체적인 기금 등의 조달 계획도 제대로 수립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 공약사업에 걸맞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감귤 농가를 우롱하는 처사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감귤 농가들은 특히 한국과 중국 정부간 지난 9월 FTA 1단계 협상 타결에 이어 연내 2단계 협상 본격화를 앞두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중 FTA 체결 시 감귤산업은 초토화가 불가피, ‘대재앙’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감귤 농가를 비롯한 도내 1차산업 생산자단체들은 31일 제주시 탑동광장에서 대규모로 ‘한중 FTA 중단 총궐기대회’를 갖기도 했다.

제주도민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보물섬이다. 제주도는 지금 아시아의 보석에서 세계의 보석으로 도약하느냐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약속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라고 강조했던 목소리를 잊지 않고 있다.

청와대로부터 한중 FTA라는 급한 불도 끄고, 명품 감귤 산업 육성을 위한 처방전과 특효약을 내놓았다는 낭보가 기다려진다.



<김재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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