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의 올레에선 거센 바람도 쉬멍쉬멍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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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조화 이룬 집담(울담, 축담, 올렛담)
일본의 역사소설가로 유명한 시바 료타로(1923~1996)는 1986년 펴낸 탐라기행에서 “오래된 집들이 땅에 납작 웅크리듯 하고 있는데 이는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다, 또한 바람막이를 위하여 돌담으로 에워쌓다. 돌담은 틈새가 많다, 살며시 밀기만 하여도 허물어질 것 같은데 끄덕 없이 견디니 참으로 명인의 솜씨랄 수밖에 없다.”라고 제주 초가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주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초기를 더욱 제주적으로 만드는 데는 돌담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주의 어느 지역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 돌을 이용해 만든 돌담은 바람의 속도를 완만하게 하고 특유의 향토성을 반영하는 시각적 요소로 작용한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에 따르면 제주 초가의 돌담 높이는 평균 165㎝로 내륙지방의평균 139㎝보다 26㎝ 높은 편이다.

또 기단(基壇·건축 터에 쌓은 단)의 높이도 제주는 평균 15.8㎝로 내륙지방 평균 30~45㎝에 비해 대략 30㎝정도 낮아 실질적으로 주거공간은 외부에 대해서 폐쇄적이다.

이는 바람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집담은 크게 울담, 축담, 올렛담으로 나눌 수 있다.

울담은 집 울타리, 축담은 초가집의 외벽, 올렛담은 마을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통로인 골목길을 가리킨다.

마을 안길에서 집의 대문격인 정낭까지 이어지는 공간인 올레는 대부분이 곡선으로 만들어지는데 이는 바람의 영향을 분산시켜 그 힘을 약화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올레 양 옆에는 올렛담이 쌓여져 바람이 올레에서 1차로 걸러지고 집 울타리인 울담에서 2차로 걸러지면서 집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다.

울담은 집안과 밖의 경계를 구획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외부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해 독립된 내부공간을 확보하는 기능을 한다.

집을 둘러싸는 울담은 초가 지붕의 처마와 높이를 비슷하게 쌓고 돌을 얼기설기 쌓아 바람이 통할 수 있도록 했다.

돌 틈이 일종의 체 역할을 하면서 바람이 빠져나가도록 해 기세를 한 풀 꺾이게 하고 울담과 부딪쳐 울담 위를 넘는 바람은 유선형의 지붕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도록 했다.

아무리 강한 바람에도 돌담이 무너지지 않는 것은 이처럼 오랜 경험으로 만들어진 과학적인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축담은 단순한 돌담이 아니라 돌과 흙이 어우러진 것으로 돌을 쌓아올린 후 흙에 보릿짚 등을 섞어 반죽한 진흙으로 구멍을 채워 평평하게 만들어 단열과 방음 기능을 강화했다.

제주의 초가에서 축담은 집의 앞부분에 위치한 난간과 오늘날 보일러 용도인 굴묵, 부엌인 정지의 출입문 등 문의 제외한 모든 벽면에 해당한다.

현무암을 쌓아 만들어진 축담의 모서리는 가능한 각이 생기지 않도록 둥글게 쌓는데, 이는 바람의 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쌓아올린 축담 위에 지붕을 얹으면 제주의 초가가 완성되는데 지붕은 띠를 쌓아올린 후 집줄로 단단히 고정하며 지붕의 구조는 유선형으로 만들어 비바람을 견디도록 하고 있다.

제주의 전통 초가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시작된 지붕개량사업을 거치면서 대부분 사라졌다. 현재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와 신흥리, 애월읍 유수암과 하가리, 한림읍 명월리 등지에서 원형에 가까운 초가를 드문드문 볼 수 있을 뿐이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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