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담, 독특한 경관으로 한 폭의 풍경화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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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농림수산식품부는 국가중요농업유산 2호로 제주 돌담밭을 지정했다.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가 전통적 농경·어로행위와 그로 인해 형성된 독특한 농어촌 경관 등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농업자원을 국가유산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바람이 많은 제주의 기후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토양과 씨앗이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역할과 기능 등 제주 밭담의 중요성과 가치를 정부가 인정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 밭담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등재를 신청했다. 중국의 푸에 통 차 농업, 일본의 사도 따오기 공생농법 등 전 세계의 독창적인 농업문화와 견주어 제주 밭담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제주 밭담은 화산섬이라는 지형·지질적 특성에 따른 척박한 농업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 난 생존방식이다.

농경지에서 나온 돌과 인근의 돌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밭담은 농경지 경계의 기능과 함께 바람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토양과 씨앗의 유실을 방지하는 기능을 했다.

제주 밭담은 대부분 현무암을 이용하고 모서리가 비교적 둥근 돌을 사용함으로써 틈새가 많이 생기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

이 틈새는 바람 구멍 역할을 하면서 강한 바람에도 잘 견뎌내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 밑돌 두 개 사이에 윗돌을 올리는 형태로 안정성을 확보하고 밑돌과 웃돌 사이의 틈새가 클 경우 자갈을 이용해 고임으로써 1000여 년을 넘게 무너지지 않고 지탱하고 있다.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박사에 따르면 제주 밭담은 쌓은 모양에 따라 외줄로 쌓은 ‘외담’과 두 줄로 쌓은 ‘접담’으로 구분한다.

또 큰 돌 사이에 작은 돌을 채워 넣어 사람들이 그 위로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든 ‘잣담’과 작은 돌을 먼저 일정 높이까지 쌓은 뒤 큰 돌을 그 위에 쌓은 ‘잡굽담’이 있다.

밭담은 제주의 전통 농업시스템의 중요한 축으로 바람이 강하고 강수량이 많은 제주지역의 기후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밭담은 바람을 막아 토양이 날리는 것을 방지하고 비에 의한 토양 유실을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또 바람을 거르는 파풍효과로 약화된 온화된 바람에 의해 농경지 보온기능을 하고 태양열에 의한 토양의 수분 증발을 막는 보습효과를 가지기도 한다.

이와 함께 소유지 경계의 의미와 소나 말과 같은 동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이처럼 화산활동에 의해 발생한 제주의 특성상 기후, 지질, 토양특성 등에서 한반도와 많은 차이가 나타나 제주 밭담의 행렬과 같은 모습은 논농사 중심의 다른 지방에서는 찾을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밭담은 밭의 위치와 규모, 형태에 따른 작물의 재배에도 영향을 미쳐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독특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에도 관여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과 역할, 중요성을 갖고 있는 제주 밭담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경관자원으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

화산섬의 지질학적 특성과 기후조건으로 형성된 오름과 건천, 중산간 등 제주의 독특한 문화경관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섬 전체를 모자이크화한 제주 밭담이다.

제주 밭담은 서로 완만한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지형에 맞게 계단 형식으로 조성된 경우도 있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제주의 풍경을 연출한다.

특히 검은색 현무암의 끝없는 행렬인 밭담과 오름의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는 산담, 초가와 울담 등은 조화를 이뤄 ‘돌의 나라’라는 독특한 경관을 자아낸다.

제주 밭담은 농업 생태적 가치에 더해 제주 고유의 경관 요소로 제주 관광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는 예술·경관적 가치를 갖고 있다.

또 강한 바람 등 척박한 자연환경과 기후에 순응하고 때로는 맞선 제주인의 정신은 역사·문화·교육적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제주 밭담은 농업의 기계화와 과학영농의 도입으로 그 존재를 위협받고 있다.

밭담은 농업용 기계의 사용을 불편하게 하고 특히 곡선 형태의 밭담은 기계의 접근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허물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직선과 곡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제주 밭담의 경관적 가치를 해치는 요소다.

제주 밭담이 제주의 자연에 적응해 온 제주인들의 지혜와 제주의 자연,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경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주 밭담의 쇠퇴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사라짐을 의미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반영한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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