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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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더욱 간절히 생각나는 음식...국수문화거리 성업 중
   
     
‘베지근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고기국수는 찬바람이 불수록 더욱 당기는 음식이다. 따뜻한 국물은 시린 속이 후련할 정도로 시원하다.

돼지 뼈를 진하게 고아낸 사골 육수에 돼지고기 수육을 얹은 고기국수는 집안 잔치나 마을 축제에 빠지지 않는 제주의 대표 음식이다.

돼지뼈와 고기를 삶아낸 국물에서 누린내나 잡내가 나지 않고 비계의 쫀득함과 고소한 맛이 살아있는 것은 제주산 청정 돼지의 자랑이기도 하다.

고기국수의 유래는 다양하다. 일제시대 건면(乾麵)공장이 들어서면서 생겨났다는 설(說)과 6·25전쟁 통에 제주시 동문시장에 피난민들이 모이면서 순댓국밥에 밥 대신 국수를 말아먹은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1950년대 미군정 치하에서 미국이 무상 지원한 ‘밀’이 있었기에 고기국수가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제주에선 수백 년 전부터 돼지고기 육수에 메밀국수를 넣어서 먹었던 풍습이 있었다. 밀국수가 보편화되면서 메밀을 대신한 만큼 고기국수는 제주의 전통음식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서울에도 음식점이 입성한 고기국수의 메카는 제주시 일도2동 ‘국수문화거리’(회장 현정주·국수강산 대표)다.

1990년대 초 허름한 식당 2곳에서 팔던 고기국수가 택시기사들의 입소문과 늦은 밤 ‘막차’술자리로 애주가들의 해장으로 인기를 끌면서 단숨에 유명세를 치렀다.

현재 12곳이 성업 중인데 분점을 낸 곳도 있다.

소박하고 담백한 고기국수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명품 국수’로 거듭나고 있다.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나 일본의 라멘에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음식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현정주 회장은 “올 여름 손님의 40%는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했다”며 “중국·홍콩·대만 관광객들이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일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과 교포들도 라멘보다 ‘국물 맛이 진하다’며 칭찬이 이어졌다. 국내 관광객들은 나름대로 맛집을 평가하며 별점(★)을 주는 등 여행을 오면 맛을 봐야하는 별미가 됐다.

국수문화거리에선 매달 11일 ‘국수데이’를 열어 500원을 할인해 준다. 국수문화거리회에 가입한 10곳은 지난해 11월 ‘명품고기국수축제’를 개최했는데 올해는 아쉽게도 열지 못하게 됐다.

사장님들이 ‘너무 바빠서’ 회의에도 참석할 시간이 없어서란다. 최소 10시간 이상 우려내야 하는 사골 육수를 종업원에게 맡길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추워질수록 생각나는 고기국수는 겨울철이 제 맛이다. 오늘 저녁 따뜻한 국수 국물에 소주 한잔은 어떨까? 여기에 아강발은 찰떡궁합이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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