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담, 신이 내린 황금그물...공동체문화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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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적 형태의 어로시설 원담
제주의 육지에 밭담이 있다면 바다에는 원담이 있다.

원담은 얕은 바닷가에 돌담을 길게 쌓아놓고 밀물 때 들어온 고기가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빠져 나갈 때 돌담에 걸려 자연스럽게 이곳에 가두게 만들어지는 돌로 만든 그물이라 할 수 있다.

제주에서는 원담을 서부지역에서는 ‘원’ 또는 ‘원담’, 동부지역은 ‘개’ 또는 ‘갯담’이라로 부른다. 제주 이외의 다른 지방에서는 ‘독살’, ‘돌살’, ‘돌발’로 부른다.

원담 또는 갯담은 조간대에 돌을 일정한 높이로 일정한 구획을 쌓고, 밀물 때에 조류를 따라 흘러 들어온 고기떼들이 썰물이 되면서 돌담 안에 갇히도록 하는 전통 어로시설이다.

제주에는 크고 작은 원담이 수백개가 있었지만 어로 기술의 발달로 방치된 채 파도에 휩쓸려 대부분 사라졌다.

원담 또는 갯담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을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돌을 일정한 너비와 높이로 쌓아서 축조했다.

원담의 형태는 원형이나 타원형, 마름모, 불규칙한 형태 등 다양하고 제주시 외도동 연대마을의 경우 2중으로 만들어져 있다.

원담의 길이는 하귀 미수동, 두숨물원 등 10m 내외의 짧은 것에서부터 이호동 섯동, 모살원 등 450m에 이르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 50~70m이다.

민속학자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그의 저서 ‘신이 내린 황금 그물 돌살’에서 한반도뿐만 아니라 북극지역, 태평양, 북아메리카, 일본, 유럽,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제주의 원담과 비슷한 어법이 분포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형이 잘 남아있고 활용되고 있는 원담의 재료는 대부분 돌이라는 점과 조류가 들어오는 반대방향으로 등져서 U자형, V자형, 말발굽형으로 축조해 활용하고 있다는 점 등은 공통된 특징이다.

그러나 제주 원담의 독특한 특징은 한반도의 다른 지방의 돌살들이 철저히 개인 소유인 것에 비해 마을 공동어로집단의 공동 소유라는 점이다.

제주의 원담이나 갯담은 기본적으로 마을 공동소유가 많고 간혹 접(接)이나 계(契)를 조직해 축조하는 경우가 일부 있다.

원담을 보수하기 위해 수시로 계원을 동원해 공동 노동이 이뤄졌기에 원담은 공동체 문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정광중 제주대 교수는 ‘공동 축조, 공동 사용’이라는 소유적 개념 외에 원담이 설치된 위치적인 특성과 명칭에 주목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제주의 원담(갯담)은 보통 포구에서 가까운 곳이나 용천수 부근, 자연적으로 암반이 길에 연결된 곳 등에 만들어진 것이 일반적이다. 이것은 물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고 쉽게 고기를 잡을 수 있고 운반하기 편하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또 제주의 원담과 갯담에는 각각 독특한 이름들이 부여돼 있다.

원담의 이름은 ▲주변의 바다나 가까운 육지 지명을 빌려 사용한 새배원과 산밧알원 ▲원담의 위치와 지형 등에 따라 지어진 앞원, 멀원, 코지원, 빌레원, 뒷개, 코지웃개, 코지알개 ▲잘 잡히는 어종에 의해 붙여진 멜캐, 숭어원, 멍개원 ▲사람 이름을 빌린 이선달개, 홍건이개 ▲생긴 모양을 빌린 도고리원과 곱은원, 크기를 나타내는 큰원과 족은원, 축조 시기를 나타내는 새개, 원담 안의 상태를 나타내는 모살원과 돌원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제주의 원담이나 갯담은 주민들의 오랜 공동체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전통어로시설인 동시에 해양문화의 특성을 살필 수 있는 해양문화자산이다.

특히 이른바 ‘싹쓸이 어법’을 지향하는 촘촘한 그물이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원담을 이용한 고기잡이법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이해하는 지혜가 담긴 것이다.

이러한 제주의 원담이나 갯담이 항·포구의 확장이나 개축, 방파제의 축조 등으로 사라지는 것은 선조들의 전통적인 어로기술의 소멸 또는 공동체 정신의 상실과 맞물려 있다.

현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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