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오강호(笑傲江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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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말은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지고 넘쳐난다.

그러나 말이라고 다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연하게 꾸며지고 의미가 있어야 오래도록 회자된다.

대표적인 것이 사자성어(四字成語)다.

예로부터도 한자 네 마디를 조합하고 표현하는 것은 한자 문화권의 전통이었다 지금에 와서도 그 화법은 실로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사자성어의 묘미는 간결하면서도 압축적인데 있다.

그리고 강한 메시지를 담은 여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누가, 어떤 상황에서 자신의 복심(腹心)을 토해내느냐에 따라 그 맛과 느낌은 천차만별이다.

▲최근 정치·경제·사회·문화계 지도층 사이에서 사자성어로 말하기가 유행이다.

하기야 복잡다기한 사회현상만큼이나 말의 공해가 난무하는 세태다.

따라서 자신의 처지와 명분을 전하는데 사자성어 만큼 적절한 의사표현도 없을 것이다. 시중은행장만 해도 이를 자주 사용하는 모양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사자성어의 달인은 노정객 김종필(JP)일 것이다.

영원한 2인자로서 고비길마다 내비친 고사성어(故事成語)는 참으로 변화무쌍했다. 당시나 지금이나 혹평도 없지 않지만, 그의 수사력에는 멋이 실렸다는 데 이의가 없다.

▲요즘 사자성어 ‘소오강호(笑傲江湖)’란 말이 새삼 화제다.

발단은 지난 8일 단행된 정부 차관급 인사에서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된 문화관광부 유진룡 전 차관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이임인사에서 나왔다.

그는 30년간 정든 문화부를 떠나는 안타까운 심경을 무협지 ‘소호강호’를 빌려 토로했다.

영화와 중국 TV드라마로도 국내에 소개된 바 있는 ‘소호강호’는 주인공이 이중인격자인 스승의 강호 패권야욕을 밝히고 이를 비웃으며 미련 없이 강호를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청와대는 ‘직무회피가 경질이유’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결국 이 사자성어는 청와대의 회유나 압력에 굴하지 않았다는 심정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의미 있는 여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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