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갑·경찰봉 사용 운영의 묘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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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갑·경찰봉 등 장구를 사용할 때 별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규정을 22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경찰의 과잉 진압과 민생치안 현장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경찰의 운영의 묘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경찰청은 내부 훈령인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한 직무집행 시의 보고 절차 규칙’을 개정해 경찰 장구를 사용하면 ‘경찰 장구 사용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의무 규정을 삭제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수갑이나 경찰봉, 포승줄, 방패 등 범인 검거와 범죄 진압에 사용하는 경찰 장구를 사용할 때 근무일지에만 기록하면 된다.

경찰 장구는 총기 등 무기류보다 사용 빈도가 높다. 사용 빈도가 낮고 위험성이 높은 전자충격기는 이번 개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경찰 장구 사용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한 의무 규정은 1991년 무분별한 경찰 장구 사용을 막기 위한 통제 장치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의무 규정이 사라짐에 따라 경찰력 행사는 쉬워지고 인권침해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장구 사용 보고서가 사전에 잘못된 장구 사용은 아닌지 점검하고, 사후에 공권력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있을 때 증거 역할을 했는데 이 규정이 사라지면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은 진술 외에는 증명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것이 우려의 목소리다.

이에 대해 경찰은 현실적으로 장구를 사용할 때마다 일일이 보고서를 작성하기가 번거로워 보고서 제출 의무는 사실상 사문화됐다고는 하지만 이를 작성하지 않았다가 인권침해 시비에 걸리기라도 하면 불필요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이 규정이 경찰관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예를 들어 가장 자주 사용되는 장구인 수갑은 범인 검거뿐 아니라 주취자 난동 제압, 자해·자살 방지 등에도 쓰인다.

그러나 이런 부담 때문에 적극적으로 수갑을 사용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 일선 경찰관들의 변이다.

경찰은 보고 의무 폐지로 경찰관들이 장구 사용을 남용해 인권침해 위험이 커지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 기존 규정으로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찰은 내부 훈령인 ‘경찰 장비 관리 규칙’상 경찰 장구를 사용하다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면 반드시 사후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보고 의무 폐지는 불필요한 서류 작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경찰이 장구 사용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가인권위원회에 2011년 11월부터 2013년 2월 말까지 접수된 수갑 관련 진정은 1312건으로 매달 80건 이상인 셈이다. 접수된 내용을 보면 도주 우려 등이 없는 데도 수갑을 사용하거나 가혹행위 용도로 수갑을 사용하는 경우, 수갑을 채워 손목 상해 등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경찰의 이번 조치가 인권단체들의 경찰관직무집행법 강화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무기·장비 사용 규정을 추상적으로 기술한 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 등을 개정해, 사용 요건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자의적 해석 및 과잉 사용을 막아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경찰관직무집행법 10조는 현행범 등의 경우 경찰관이 ‘도주의 방지, 생명·신체에 대한 방호, 공무집행 항거 억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장구를 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경찰관의 부담을 줄이고 정당한 공권력 행사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경찰의 주장과 인권침해 우려가 높다는 인권단체의 주장이 맞서면서 경찰이 이 같은 우려를 씻어줄 수 있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대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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