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간 창조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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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1시간은 9만7000원. 차관은 6만5000원. 1급은 4만원. 이 회의는 128만1500원짜리입니다.’ 3년 전 기획예산처가 회의자료 위쪽에 명시하겠다는 가상 내용이다.

액수는 장.차관과 1~4급 간부 44명이 참석한 토요일 1시간 회의비용을 산출한 것. 산출 방법은 매월 받는 보수와 공통경비 등을 한 달 근무시간으로 나눠 합산했다 한다.

이의 발상은 예산처에서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시테크’ 경영을 도입하겠다면서 비롯됐다. 불필요한 회의나 보고서를 줄여 일의 능률을 높이자는 취지였다.

이를 놓고 과천 관가에서는 비생산적인 회의가 줄어들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공직근무시간을 몇 만원 또는 몇 천원씩 개량화한다는 데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예산처는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자체 운영한 뒤 모든 부처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11일 정부 타부처 관계자에 문의해봤더니, 이런 제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조차 모른다 한다.

운영 결과에 대한 공식 발표가 없으니, 반발 등 이유로 시범운영조차 못한 채 슬그머니 용도폐기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자문해보자. 불필요한 회의의 병폐가 오죽했으면 이런 제도를 검토하게 됐을까 말이다. 정년까지 철밥통을 지키고 있는 공무원들은 이를 곰곰이 되씹어 볼 일이다.

▲일찍이 ‘시테크’ 개념을 도입한 기업체서도 이의 폐단은 여전한 모양이다.

최근 한 인터넷 채용업체의 설문 결과 직장인 다섯 명 중 두 명은 업무 훼방의 1순위로 불필요한 회의를 꼽았다 한다. 자체 직장회원 2573명을 대상으로 업무훼방꾼 1순위를 묻는 질문에 38.9%(1002명)가 이같이 응답했다는 것이다.

새해 국내 CEO(최고경영자)들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의 성장 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한다.

직장인들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자기계발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한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방법론이 바로 시테크 활용이다.
시테크는 첨단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시간을 단축하고, 여유시간을 창조하는 전략이다.

우리는 시간 창조형 인간일까, 시간 소비형 인간일까, 아니면 시간 파괴형 인간일까.

불필요한 회의가 한국 사회에 깊숙이 포진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함일까.

우리는 아직 시간 창조형은 아니라는 점이 아닐까.
자기계발은 시간을 선용하는 시테크가 제대로 돼야 할 때, 그리고 초일류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돈을 관리하는 재테크가 제대로울 때 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노는 것도 제대로 놀 수 있는 쉼테크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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