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 찾기,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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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제주가 주목받고 있다. 올레길과 세계자연유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이 새롭게 재조명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를 찾아 다양해진 ‘섬 속의 보물찾기’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제주만의 독특한 매력은 아예 삶의 터전을 옮기게 만들어 ‘인생 2막에 도전하는 사람 찾는 섬’으로 이어지고 있다.

20~30대의 청년층과 40~50대의 중년층, 심지어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제주 이주시대’는 가히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붐을 이루고 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귀농·귀촌 이주민들과 게스트하우스 및 문화예술 공방 등을 차린 문화관광 이주민들, 주거 밀집지역에서도 만날 수 있는 외국인 이주민들은 어느새 더불어 사는 어엿한 도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주 열풍과 맞물려 제주는 ‘관광객 1000만명 시대’라는 신기원을 열면서 다시 한 번 더 주목을 받았다. 미국 하와이와 인도네시아 발리 등 세계적인 섬 관광지를 앞서는 대기록으로, 세계로 뻗어나가는 성장 잠재력이 한층 빛을 발하고 있는 게 지금 제주의 현주소다.

하지만 제주가 주목받는 이유에 있어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최근 충격적인 한동주 전 서귀포시장의 ‘우근민 지사 지지 및 시장직 거래’ 발언은 ‘현대판 매관매직(賣官賣職)’ 파문으로 확산되며 전국적으로 망신을 샀다.

관광객 1000만명 시대 개막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지 불과 3일 만에 발생한 일이다.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물론 민선5기 우근민 도정으로서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 됐다.

공식 행사의 시장 축사에서 비롯된 이번 파문은 ‘실수’로 받아들이기에는 공직자로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씻을 수 없는 오명’ 그 이상이다. 그동안 나름대로 묵묵히 일해온 공직자들이 참담하고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 심정이지만 말을 아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사람의 무책임한 발언으로 공직사회 전체가 욕을 듣고 있다는 일부 공직자의 억울하다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도민 입장에서 본다면 공직사회의 처신은 ‘책임 외면’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공복(公僕)이라는 신분과 일반 도민들이 느낀 수모를 생각한다면 우근민 도지사를 포함한 공직사회는 ‘자성’하면서 ‘환골탈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도민들의 심부름꾼이 오히려 자리를 위해 도민사회의 편을 가르고 줄을 세우는 ‘왜곡된 절대권력’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진정 공복으로 돌아가겠다는 초심을 보여줄 때 도민들도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공복의 기본적인 책임이자 의무다.

사실 이번 파문은 민선 이후 20여 년간 누적돼 온 공직사회의 편가르기 및 줄서기 행태 속에서 곪아온 그릇된 관행에서 촉발된 것으로, 언젠가 한 번은 터져야 할 ‘고름’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자의성을 떠나 전·현직 지사와 정치권, 공기업 및 유관기관, 기업 및 경제계 등을 망라해 이에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는 이유다.

1995년 단체장 선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지방화 시대로 접어든 후 20년에 이르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제주는 분명 많이 달라졌다. 국제자유도시에 이은 특별자치도 출범과 관광객 1000만명 시대, 인구 60만명 돌파 등의 상징적인 변화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문제는 외형은 화려해졌지만 권력지향적인 줄서기와 편가르기, 연고주의 등으로 내면의 생채기는 상처로 깊어진 데 있다. 이제는 치유해야 하며,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제주의 미래가 있다.

분명 그 출발점은 내년 지방선거일 수밖에 없다. 계사년 한 해가 저물어가는 끝자락에서 새해에는 도민들의 주체적인 변화에 힘입어 제주의 미래가 새롭게 열리기를 소망해 본다.

<김태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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