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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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이발소 기억이다. 벽에는 복제된 명화(名畵)들이 걸려 있었다.

그 가운데 모르긴 해도 프랑스의 세계적 화가인 밀레(1814~1875)의 ‘만종’(晩鐘)이 가장 친근한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이 그림은 힘든 농사일을 마친 부부가 황혼이 지기 시작한 들판을 배경으로 기도를 드리는 순간을 그린 것이다. 비록 가난하고 고된 삶이지만 하루 일을 끝내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모습은 경건함 그 자체였다.

명화 옆에는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1799~1837)의 ‘삶’이란 시도 내걸렸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결코 오리라/...’는 신의 계시 같았다.

그림 속 성당(교회) 종탑에서 울려 퍼지는 저녁 종소리는 이를 말해주는 듯 했다.

▲종(鐘)은 시간을 알리거나 신호를 보내기 위해 친다. 새해를 알리는 제야(除夜)의 소리에서부터 위험을 경계하는 소리에 이르기까지 종소리는 다기 다양하다. 이렇듯 종소리는 사람들에게 소중하고 긴요하다.

하지만 종을 치는 방식은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

대개 서양의 종은 안에서 쳐서 밖으로 소리가 나게 한다. 종을 치는 동작도 어렵지 않으나 여운이 없다. 종소리 간격이 매우 짧아 연속 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종은 밖에서 쳐서 안으로 울려 퍼지게 하는 방식이다. 종의 규모가 크고 치는 동작도 쉽지 않으나 여운이 길다. 종소리 간격 또한 길다.

▲종소리는 어쩌면 스님의 목탁(木鐸) 소리와 같다.

세상을 깨우치는 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서양의 종소리는 내부 경고음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동양의 종소리는 외부 경고음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종소리는 세상사 잘못에 대한 가르침인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만해도 내부 시스템에 경고음이 아예 작동돼지 않는다. 외부에서 이를 질타하는 경고음 역시 무시하는 작태가 잦다.

최근엔 후안무치한 ‘회전문 인사’란 지적에도 뻣뻣하다.

‘바다 이야기’ 도박광풍으로 성난 민심의 소리에는 남의 탓만 무성하다.

종소리가 들리지도, 듣지도 않는 그들만의 세계는 제대로 돌아갈리 없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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