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리와 밖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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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있어 마지막까지 남는 욕망은 누군가하고 같이 있고 싶은 ‘집단욕’이라 한다.
이 ‘집단욕’이란 바로 고독의 반대로 ‘식욕’.‘성욕’과 더불어 3대 본능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 늙어서 집단욕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조금씩 커져 간다는 것이다. 어떤 학자들은 이 집단욕이 사람에 따라서는 어린 시절부터 나타난다고 한다.

나치강제수용소에 수용되었던 정신의학자의 관찰에 따르면 가족이나 친지와 격리 수용된 노인은 격리된 지 며칠 안에 죽게 마련이요, 할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할아버지는 그 며칠 사이에 죽는데 예외가 없었다고 한다.
곧 고독은 노인에게 점진적 살인인 것이다.

그래서 동.서양과 고금을 통해서 노부모에게 집단욕을 충족시켜주는 조.부.자(祖.父.子)가 함께 하는 3대 가정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가 되어 왔다.

우리 선조들이 달 속에다까지 지어놓고 살고 싶어했던 초가삼간은 최소 단위의 그런 집이다.

이 게딱지만한 초가삼간일지라도 3대가 함께 살게끔 구조가 되어 있었다.

왼쪽 한 칸인 큰방에는 할아버지.할머니가 살고 오른쪽 한 칸인 작은방에는 아버지.어머니가 산다.

그 가운데 한 칸의 마루방은 큰 방, 작은 방을 정신적으로 갈라놓는 차단 공간이다.

여기에서 마루는 요즘의 현대 주택처럼 가족들이 집합이산하는 거주 공간이 아니다.
그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식량을 저장해두는 신성 공간으로 물리적 벽보다 더한 정신적 차단 공간이다.

그러기에 3대가 그토록 좁은 집에 가까이 살더라도 격리효과를 충분히 누리고 살았던 것이다.

우리 제주도의 경우는 다른 지방과는 조금 달랐다.
이른바 한 울타리 속에 ‘안거리’와 ‘밖거리’로 구분되는 2개의 독립 초가집과 그 가운데의 마당으로 이뤄져 있었다.

대부분 안거리는 아버지.어머니가 살고 밖거리는 할아버지.할머니가 사는데, 할아버지.할머니가 생활전선에서 중심이었을 때에는 안거리에 거주하다가 늙으면서 밖거리로 옮겨간다.

그래서 안거리는 다른 지방의 전통적인 큰 방에 해당하고 밖거리는 작은 방에 해당하며 마당은 마루의 역할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제주도의 전통적 가옥구조가 무너지면서 노인들의 집단욕을 풀어줄 길이 없어진 것이다.

최근 이곳저곳에 전통적 촌락구조가 무너지고 아파트들이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3대가 함께 하는 제주도의 전통 가옥구조 정신이 가미된 건축양식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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