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1번지로 거듭난 한경면 저지리
문화.예술 1번지로 거듭난 한경면 저지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2]저지예술인마을 조성 후 제주현대미술관 설치 '예술의 마을'로 변신
   

한라산 서북쪽 중산간 해발 120m에 자리 잡은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

이 마을은 1702년(숙종 28년) 탐라순력도에 ‘당지(堂旨)’로 표기됐었다. 이후 오름에 닥나무(楮)가 많은 것에 연유해 한자음을 빌어 ‘저지(楮旨)’라는 마을명이 붙게 됐다.

저지리는 문명의 혜택을 가장 늦게 보면서 과거 ‘벽촌’, ‘깡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전기는 1976년에 들어왔고, 도로 포장은 1980년 후반에 이뤄졌다.

용천수가 나지 않아 물도 귀했다. 구덩이나 연못을 파서 빗물을 받아야 했다. 땅에 묻힌 넓적한 바위(돌빌레)를 주민들이 직접 깨서 큰 물통을 만들어 식수를 해결했다.

오지 중의 오지였던 마을이 문화·예술의 중심에 서게 됐다면 믿을 수 있을까?

첫 삽을 뜬 것은 택지 개발로 출발했다. 1999년 옛 북제주군이 낙후된 마을을 살리기 위해 황무지 9만9383㎡(약 3만평)를 개간했다.

그런데 외환위기(IMF)가 닥치면서 분양을 신청했던 주민들이 쏙 들어가 버렸다. 더구나 허허벌판이던 땅값이 갑자기 뛰었다.

실패작이 될 뻔한 저지리 택지 개발은 고(故) 신철주 군수(1938~2005년)가 국내 유명 예술인들을 유치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2001년 ‘저지문화예술인마을’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인 조수호(서예), 박광진(서양화)을 비롯해 현병찬(서예), 박서보(서양화), 조종숙(서예), 양의숙(목공예), 박석원(조각), 이종관(디자인), 조건수(사진), 최재홍(사진), 고영훈(서양화), 한상수(자수), 양순자(전통의상), 인민아(서예), 민이식(문인화), 김 경(종이공예) 등 다양한 장르의 기라성 같은 예술인들이 입주했다.

한국 화단의 거목 김흥수 화백까지 작품을 기증하고 합류했다. 지난해는 중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펑정지에’ 작가가 이곳에 작업실을 마련, 둥지를 틀었다.

현재 15개 장르에 48명의 예술인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30동의 예술인 창작 공간은 저마다 독특한 건축 디자인으로 그 자체가 이색 볼거리다.

2007년 제주현대미술관이 저지예술인마을에 건립되면서 저지리는 ‘문화·예술의 1번지’이자 거대한 문화 벨트가 형성되게 됐다.

주민들과 예술인들과 이웃처럼 지내게 됐다. ‘규당미술관’, ‘갤러리 노리’, ‘갤러리 진’, ‘먹글이 있는 집’ 등은 입주 작가들이 직접 전시실을 꾸며 운영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한몫을 하고 있다.

예술의 마을답게 분재예술원인 ‘생각하는 정원’과 야생화 전문 전시관인 ‘방림원’, 유리 조형예술 테마파크 ‘유리의 성’ 등 유명 관광지들도 속속 조성됐다.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472세대, 1080명의 주민들은 밭농사에서 벗어나 한라봉·천혜향·레드향·키위 등 소득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 이 마을 농업의 60%는 감귤이 차지하고 있다. 감귤은 저지정보화마을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

토마토·오이 등 시설 농가들은 2007년 딸기 재배로 전환, 2만㎡ 하우스에서 친환경 딸기를 생산하고 있다.
올해는 제주시로부터 정예 소득작물로 뽑혀 재배 면적과 참여 농가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딸기 생산 농가는 연 5000만~60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는 딸기 체험도 한 몫을 하고 있다.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1만~1만5000원을 내면 딸기를 따면서 실컷 먹을 수 있고 500g을 갖고 갈 수 있다.

최근 저지리에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레 13코스 종점이자 14코스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을의 상징인 저지오름(높이 293m) 투어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저지오름은 소나무와 삼나무 등 220여 종, 2만 여 그루가 빼곡히 들어선 울창한 자연림으로 정상에 오르면 비양도와 산방산, 송악산 등이 손에 잡힐 듯 들어온다.

또 다른 대표 명소는 ‘저지 곶자왈’. 올레 14코스에서 만나는 저지 곶자왈은 야생숲 원형이 가장 잘 보전돼 울창한 원시림으로 덮여 있고, 개가시나무와 녹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저지리는 2007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12년 전국에서 4번째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뽑혔다.

‘가장 아름다운 마을’ 운동은 1982년 프랑스에서 시작돼 자연 경관과 환경 보전에 앞장선 농·어촌마을을 선정하고 있다.

가난에 찌들었던 중산간 농촌마을인 저지리는 이제 외지인들이 앞 다퉈 둥지를 틀고 있는 살기 좋은 마을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도시 은퇴자를 위해 2만5593㎡부지에 조성된 ‘저지리 전원마을’은 예쁘고 독특한 고급 주택 18채가 들어서면서 마을의 부와 풍요를 과시하고 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