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탈북 소년의 안타까운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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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계신 부모·누나들 모셔 오겠다고 했는데"

자유를 찾아 탈북, 제주에 정착한 19세의 젊은이가 꿈을 펴기도 전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4일 제주시내 모 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고 최현군(제주시 아라동)의 빈소에는 친구인 정모군(24.아라동.탈북자)과 사촌형 최모군(21.부산 거주.탈북자)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최군이 사고를 당한 때는 지난 13일 오후 11시께로 아라동 소재 한 어린이집 인근 도로에서다.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중심을 잃으면서 가로등 지주에 머리가 크게 부딪힌 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치료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최군은 이날 부산에서 돌아온 친구 정군을 마중나간 뒤 정군과 함께 집으로 가던 중 변을 당했다.

차를 몰며 최군의 오토바이를 뒤따르던 정군은 삶과 죽음을 같이 하자던 친구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2001년 10월 9일 하나원에서 교육을 마친 최군과 정군은 제주에 왔다.
둘 다 부모와 형제자매를 북에 남겨둔 채 혈혈단신 떠나와 제주에 정착했지만, 정작 관심과 정을 준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북한에서 고등중학교(우리의 중.고교를 합친 것)를 중퇴한 최군과 정군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공사판과 주유소, 중국음식점, 피자가게를 전전하면서 한푼 두푼 어렵게 돈을 모으며 제주에서 정착해 나갔다.

빈소에서 정군은 “현이는 북에 계신 부모와 누나들을 데리고 오려면 돈을 많이 모아야 한다며 궂은일도 마다 않았다. 또 평소 기회가 되면 외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해왔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군이 일했던 주유소와 이웃집에서는 한결같이 최군을 ‘성실히 일했고 표정도 밝았다’며 특히 ‘착한 애였다’고 밝혔다.

갖은 고생을 다하며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자유와 꿈을 찾아 제주에 정착한 최군은 끝내 북에 있는 부모와 늘 같이 하자던 친구를 남긴 채 저 세상으로 떠났다.

▲제주에 오기까지=최군은 강원도 고성군이 고향이며 군부대에서 노무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3명과 함께 살다 생활고 등으로 탈북, 4년간 중국에 생활했다.

지린성 투먼시 등의 한인교회를 갔다가 한국인 선교사 이모씨를 따라 2001년 1월 선양을 거쳐 양곤 소재 한국 공관에 도착해 한국에 입국했고 같은해 10월 제주에 정착했다.

그런데 2000년 10월 제주에서 처음으로 탈북자가 정착한 이래 현재 제주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모두 19명(남자 11명.여자 8명)으로 이들 중 7명은 무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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