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함과 시간이 잉태하고 있는 본성
고고함과 시간이 잉태하고 있는 본성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어떤 시인은 ‘오늘도 시간은’이라는 시에서 시간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함을 표현했다.

 

‘오늘도 시간은/ 빛나는 선물입니다/ 녹슬지 않게 갈고 닦아야 할/ 보물입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 강물로 흐르는 시간/ 내가 걷는 길 위에/ 별로 뜨는 시간/ 소중히 안아야만/ 선물로 살아오는 시간/ 오늘도 행복 하나/ 나에게 건네주고 싶어/ 빙긋이 웃으며/ 걸어오는 시간’

 

환경에 굴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생활하면 모든 시간들은 빛나는 선물일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개발하고 세상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보낼 수 있는 사람에게 시간은 삶의 보물일 것이다.

 

우리 마음 깊은 곳에 강물로 흐르는 시간을 소중하게 품고 내일을 향해 나아가면 ‘우리가 걷는 길 위에 별로 뜨는 시간’을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건네주고 싶어 빙긋이 웃으며 걸어오는 시간을 맞이하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근면과 인내를 생활 기조로 하면서 따사로운 마음으로, 그러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세는 모든 사람들에게 훈풍을 타고 퍼져가는 고운 향기의 시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인간의 삶에서 조용한 미소의 선물로 호흡하는 원소가 바로 비활성 기체(inert gas)일 수도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100여 가지의 원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인간도 다양한 원자들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존재·활동한다. 원자의 세계를 떠나 인간을 비롯한 동·식물과 자연은 존재할 수가 없다.

 

원소들 중에 어떤 것들은 2개의 원자가 결합해 분자(이원자 분자)를 형성하지만, 어떤 것들은 원자 홀로 존재한다(단원자 분자). 헬륨(He), 네온(Ne), 아르곤(Ar), 크립톤(Kr), 제논(Xe), 라돈(Rn)들은 원자 혼자서 고고함을 견지하는 물질이다. 이들 단원자 분자를 통틀어 비활성 기체라 칭한다.

 

이들은 ‘다른 원자에 의지하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유지한다’는 의미로 ‘noble gas’라고도 한다. 즉, 이 기체들은 홀로 존재해도 외로움과 불안함에 안절부절 하지 않고 자신의 본성을 잘 지키며 안정성을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진면목을 의미 있게 표현한다.

 

헬륨은 용해도가 낮고 혈액에 녹지 않으며 압력이 감소할 때 기포가 잘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잠수병을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잠수부들은 헬륨과 산소의 혼합기체를 고압 산소통에 주입·사용한다.

 

네온의 붉은 색은 네온사인(neon sign)을 이용한 광고판에 이용된다. 물론, 이에 다른 비활성 기체를 첨가해 다양한 종류의 색깔을 뽐내게 할 수도 있다.

 

아르곤은 비활성을 이용해 금속의 주조·제련 등에 보호기체로 사용된다. 헬륨(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현상)과 크립톤(목소리 톤이 낮아지는 현상)은 목소리 변조에 사용되기도 한다. 제논은 체내에서 쉽게 제거되므로 마취제로, 라돈은 방사성 요법 등에 의미가 있다.

 

이 기체들은 활성이 없어 외형적으로는 어떤 일도 못할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이 나서야 할 곳에 유익한 용도로 제구실을 하니 이들 비활성 기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고귀한 기체이다. 자신의 위치를 지키면서 이 기체들은 자기의 특성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수놓는다.

 

삶 자체가 과학이며, 건강한 100세는 과학적 바탕에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시간이 녹슬지 않게 갈고 닦으며, 비활성 기체의 본성을 생각하며, 과학의 토양 위에 말띠 해의 청마를 타고 희망의 세계를 향해 마음껏 달려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