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란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바둑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인생 교훈이 많다. 바둑은 앞만 보고 내달리는 코뿔소보다는 이후의 전개 상황까지 내다보며 완급을 조절하고 진퇴를 가려내는 여유 같은 처세술.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전이란 점만 봐도 그렇다. 마지막 돌을 놓아봐야 최후의 승리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것 또한 바둑의 묘미다.
지난해 12월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체육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일보와 제주특별자치도 바둑협회 주최, 제40기 제주도왕위전 결승에서 만난 김준식 아마6단과 김용찬 아마6단의 대국의 초반 형국은 말 그대로 백중세.
이번 대국은 이전까지 왕위전 통산 8승을 기록한 50대 후반의 김 아마6단의 노련미와 이전에 한차례 왕위전에 차지했던 약관의 김 아마6단의 패기가 돋보인 한 판이었다.
백을 쥔 김준식씨는 실리작전을 편 김용찬씨에 맞서 세력작전으로 맞섰다. 초반 돋보인 수는 18. 18은 m5로 둬 축으로 잡는 것이 정수지만 강하게 버텼다. 백 24는 우하귀 흑 15.19 두 점의 움직임을 대비해 보강하자는 수로 좋은 감각이다. 흑 37은 s14로 움직이고 싶은 곳. 그래야 우하귀 흑 15.19의 두점이 움직이는 맛을 살릴 수 있었다. 백이 38로 지켜서는 우히귀 흑 두점이 움직임의 의미가 없어져 백이 재미있는 포석이 됐다.
흑 41은 한 칸 아래인 d3으로 막는 것이 보통으로, 흑 39의 원군이 있으므로 싸워보자는 강수. 흑 43부터의 싸움은 흑이 계획한 싸움으로 앞으로 백이 어떤 맥점으로 맞설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