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 바다 수놓은 요트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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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제주 세계요트선수권대회
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의 백사장. 가을 햇살을 머금은 철 지난 해수욕장은 그 이글거리던 폭염의 잔해를 조용히 씻어 내리고 있다.

바람마저 그 호젓한 분위기에 취해버린 탓일까. ‘바람 불어 좋은 날’을 기대했던 해변엔 정작 기다리던 바람은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은 오지 않은 바람을 탓하거나 맛서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느긋하게 ‘때를’ 기다렸다. 대자연의 섭리를 깨닫는 여유인 듯 하다.

갑자기 해변은 부산해졌다. 바람이 가만가만 불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해변 한 가운데 깃발 하나가 내려지더니 긴 호각소리가 적막한 해변을 깼다.

흰색 마스트를 곧추세운 채 길게 늘어서 있던 요트떼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이국적인 풍경이 바야흐로 눈앞에 펼쳐졌다.

2006 제주 세계레이저요트선수권대회 첫날 경기가 열린 지난 13일, 세계 46개국에서 출전한 하얀색 요트 150여 척이 유유히 가을빛 제주바다를 갈랐다.

자연풍에 자신을 맡기고 떠 다니는 요트행렬은 삼방산, 화순 앞바다의 천혜 절경과 어우러져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길게 솟은 마스트, 바람을 안은 삼각형의 흰 세일, 그리고 한 사람….

스피드만을 쫓는 레포츠와 달리 요트는 자연의 참맛과 속도감을 함께 즐기는 스포츠다. “하기로 맘먹어 못하는 스포츠가 없지만 요트만은 다르다. 바람없는 날에는 하염없이 기다리며 새삼 자연을 생각하게 된다”는 게 요트인들의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요트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하다. 경기 내용이나 방식도 잘 모른다. 굳이 설명하자면 요트경기는 정해진 목표물을 돌고 먼저 피니시(Finish)하는 순서대로 점수를 주고 순위를 결정한다. 하루에 보통 2경기를 실시하며, 한 경기는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린 메머드급 세계 요트대회다. 세계랭킹 20위 안에 드는 선수들 대부분이 출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출전국, 선수 면에서 역대 최고로,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이 가을, 요트물결로 수놓은 제주 바다의 정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요트 관람객들을 위해 관람선도 다닌다 하니 어렵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송악산을 배경으로 한 화순 앞바다엔 형제섬을 중심으로 최남단 가파도와 마라도섬, 그리고 용머리 해안까지….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제주의 풍광이다.

그 가을바다에 유유히 떠 다니는 요트행렬을 저멀리 바라보며 행여 내가 띄운 종이배라 생각한들 누가 뭐랄까. 출렁이는 파도에 깊어가는 가을의 여유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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