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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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를 통해 고위 권력층들의 가족묘역(墓域)의 실상이 알려진 적이 있다. 산세가 좋기로 소문난 명당자리(?)는 물론, 헬리콥터가 뜨고 내릴 계류장을 비롯하여 최고급 대리석으로 깔아놓은 입구를 지나 기기묘묘한 고목들에 둘러싸인 웅장한 묘역을 보노라니 아연실색할 따름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살아생전에 누리던 부귀영화를 죽어서까지 이어가려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넘어, IMF 경제한파로 죽을 고생을 다한 백성들과 심지어는 이에 죽을 자리마저 없어 화장(火葬)을 하여 뿌려질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아픔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기에 그저 가슴이 쓰리고 아플 따름이다.

하지만 이런 슬픈 기억은 며칠 전 한 분의 죽음을 통해 조금은 희석되었다. 다름 아닌 그는 서귀포 지역의 최고 부자이자 원로로 알려진 고(故) 강창학 옹(翁)이다. 사실 필자는 그 분에 대해 아는 바가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주변 지인들을 통해 그 분에 대한 많은 얘기를 들어왔을 따름이다. 지역사회를 위해 알게 모르게 좋은 일을 너무나 많이 했음은 물론, 종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종교단체에 선뜻 집과 부지를 기부하였고, 또한 성품이 너무도 소박하고 겸손하여 남에게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본 적이 거의 없었으며, 나아가 이런 자신의 행적들을 세상에 드러내고 알리어 인정받기를 즐겨하지 않았다는 등등.

필시 이것만으로도 그 분은 다른 이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조금만 남을 위해 희생해도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고, 심지어는 남을 도와주고 사는 것에 대해 너무도 인색한 오늘날에 있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었다. 그 분의 삶이 더욱 귀하고 훌륭한 것은 그 분의 죽음 후에 알려진 자신에 대해 철저한 준비 때문이 아닐 수 없으리라.

그 분은 평소 자신의 자녀들에게 유언을 했다고 한다.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하고 그 공원에 있는 납골당에 모시게 해 달라’는 것과 ‘아주 조촐하게 장례를 치러 달라’는 것이었다. 아주 의롭고 귀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실제로 자녀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시에서 정중하게 권한 장례도 마다하고 조촐한 가족장을 하였음은 물론, 가족묘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장을 하여 양지공원 한 귀퉁이에 있는 조그만 납골당에 모셨다고 하니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이에 이런 훈훈한 미담은 이곳 지역민들을 넘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오늘날 잘못된 행태의 권력과 부를 사용하는 많은 이들에게 무언의 교훈을 주고 있다. 결국 이는 백성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한다고 하면서 그들을 향한 사랑 실천은 고사하고 더 많은 재물을 얻기 위한 부정부패를 예사로 저지르며, 마치 권력과 부를 과시하듯 거창하고 화려한 장례식과 웅장한 묘역을 조성하여 많은 이들로 하여금 빈축을 사는 일부 특권층에 과연 지금 이 순간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경종이었다. 또 상대적 박탈감에 젖어 실망한 채 살아가는 많은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아직은 우리 사회에 훈훈한 온기가 있는, 더불어 사는 곳임을 느끼게 해주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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