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의 금융정보 유출, 반성의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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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미국 CNN 방송이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많이)하는 10가지’로 인터넷 환경과 신용카드 사용, 일 중독 문화 등을 꼽아 눈길을 끈 바 있다.

CNN이 첫째로 든 것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활발한 수준인 인터넷·스마트폰 문화다.

이 방송은 한국의 높은 인터넷 보급률과 스마트폰 이용률을 거론하면서 “한국인들은 상점에서 돈을 내거나 지하철에서 실시간으로 텔레비전을 보는 데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CNN은 이어 한국인들의 ‘신용카드 사랑’도 눈에 띄는 현상으로 꼽았다.

CNN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년 전 기준으로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이용률이 가장 높고 신용카드 사용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IT 강국 한국에서 경제활동 인구의 4분의 3인 2000만명의 개인정보가 도둑을 맞았다.

3개 카드사에서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대출금액 같은 기본 정보는 말할 것도 없고 주민번호와 카드번호, 직장과 결제계좌, 신용등급, 신용한도금액, 심지어 여권번호까지 최대 19개 개인 금융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국무총리까지 나서 대출 사기나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 방지와 재발 방지책 수립을 약속하고 나섰지만 전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책임은 어떤 보상으로도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장의 범위는 한마디로 예측불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개인정보 보안에 대한 대중된 인식과 천박한 IT 문화에 따른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인터넷 상에서의 신상털기는 일상화됐고, 무차별적 수집과 관성적인 개인정보 요구는 이제는 하나의 관문이 됐다.

하지만 정작 이들 정보에 대한 보안과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또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솜방망이 처벌이 불러온 참사라는 의견도 많다.

금융사의 고객정보 장사는 문을 열어 놓고 반면 고객 정보를 지키지 못한 금융회사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다.

‘기관 주의’ 경고장 하나 보내고 과태료를 최대 600만원 부과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 재발을 막기 위한 확실한 장치를 만들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사태를 보면 카드사들은 고객 정보를 외부 용역업체에 고스란히 제공했고 이것이 통째로 유출됐다.

고객정보를 빼내 팔아먹다 걸린 신용정보회사 KCB 같은 용역업체는 한 번만 적발돼도 폐업하도록 관련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고객들이 대형 금융회사를 믿고 계좌를 만든 만큼 금융사는 외부 업체에 하도급을 맡겨서는 안된다.

고객정보를 다루는 일은 금융회사 내부에서 직접 처리하게 규정을 바꾸고 외부업체 참여를 엄격하게 봉쇄하는 보안절차를 강화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면 집단소송으로 이어져 카드사들이 문을 닫아야 할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

처벌이 약하다 보니 고객정보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보안이 이뤄지지 않았다.

카드회사가 발행한 신용카드를 갖고 있지 않은 고객의 정보도 빠져나갔다는 것은 금융지주사 및 산하 금융관련사를 가진 대형 금융회사들이 은행·카드·보험 등 계열사 고객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바람에 생겨난 것이다.

심지어 엄격한 규정 없이 외부 제휴업체에까지 고객정보를 넘겨주고 있는 실정이니 전혀 통제가 되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금융당국은 고객정보 유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을 속히 마련해야 한다.

 

<김대영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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