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역문학의 요체는`정체성과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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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자료수집과 치밀한 분석 돋보여
“영광입니다. 문학 분야의 수상이라 더욱 그렇습니다.” 제주학회와 제주일보사가 공동 제정한 제4회 제주학 학술상을 수상한 제주대 김병택 교수(58)의 소감 일성은 단순 명료했다.

그의 말이 시사하듯, 문학 분야에 제주학 학술상이 수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제주방언과 농촌경제, 목장사를 다룬 학술서가 수상한 바 있다. 뒤미처 “르네 웰렉이 말한 ‘문학이자 역사가 될 만한 문학사’는 고사하고 사회사나 사상사, 작가 연대기에 불과한 저서가 될까 늘 걱정했다”는 그의 회고, 집필과정에서의 정신적 고초를 짐작케 했다.

수상작 ‘제주현대문학사’는 6·25전쟁 피난시기 문학을 기점으로 10년 단위로 시대를 구분한 후 각각 제주와 제주인의 발견 I, II, III, 다양한 자아와 4·3의 존재방식, 생활의 중시와 역사의 중시 등을 주제로 제주문학을 기술했다. 제주대 출판부가 기획해 올해부터 출간 중인 제주학 총서 시리즈 중에 두 번째로 발간됐는데, 기존 문단사 중심에서 탈피해 작가와 작품위주의 문학사에 따라 충실하고 치밀하게 제주문학사를 정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질문을 이어, 문학사라면 서술의 방법적 전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터, 무엇인지 물었다.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문학작품이 문학적 사실보다 중시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문학이 동시대 사람 뿐 아니라 후세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임을 생각하면 당연합니다. 둘째는 문학작품과 문학적 사실은 그 내용과 연대기, 원전에서 측정된 영향관계를 토대로 하고 또 문법과 문체와 관련해선 면밀하게 조사된 사항을 토대로 서술돼야 합니다. 즉, 서술내용은 역사적 사실과 일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마지막으로는 객관적으로 서술돼야 하는 점입니다.”

마지막 객관성 확보와 관련, 그는 문학적 사실과 문학작품을 있는 그대로 서술해야 하고,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 모두를 서술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이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어쩌면 문학사 저술의 밑절미 중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지역문학에 대한 범위 규정은 뭘까?

김 교수는 민족문학으로서의 지역문학, 정체성을 지닌 지역문학, 특수성을 지닌 지역문학이 바로 그것이라고 거침없이 밝혔다. 이어 “지역문학의 개념은 정체성과 특수성을 드러내는 문학으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지역문학은 필연적으로 이데올로기를 지니는데, 그것이 얼마나 보편성을 띠는가 여부를 통해 민족문학을 가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체성과 관련해선, “전통을 계승하는 지역문학은 결코 폐쇄적이지 않고 개방적이라 다른 지역문학간 상호우열을 논하는 시도는 무의미하다”며 서울 중심의 한국문학사를 꼬집었다.

학문적인 연구인 탓에 당연 고난도 많았을 법한데, 더구나 제주현대문학사의 첫 저술에 따른 문제도 많지 않았을까? 한계는 없었고, 이번 저술 경험에 비춰 전할 말도 있지 않을까?

“제주현대문학사란 전체 틀을 중시했기 때문에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일일이 논하는 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궁극적으로, 작가 개인의 작품에 대한 논의는 소략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서술되는 제주현대문학사에선 그런 한계가 극복돼 논의 대상이 될 만한 작품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전개돼야 할 것입니다. 작가 전기는 문학사 서술에 매우 중요한 자료지만 생존 작가들의 것은 각주로 단순 처리했습니다. 이들이 작품 활동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상조란 판단 아래, 작가와 작품을 밀접하게 연관짓는 일도 배제했습니다.”

요즘 이슈화한 인문학 위기와 관련해선, “국문학 교수로서 피부로 느낀 적이 많다. 경제개발에 쏠린 국가정책과 취업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탓에 타 전공 교수보다 상대적인 홀대가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선진국이 되려면 인문학의 힘이 필수라고 재삼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으로 파견 근무 중이다. 내년 6월이면 임기를 마친다. 이후 대학에 복귀하면 ‘제주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써 볼 생각이라고 했다.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모델로 문예재단 이사장의 경험을 살려 제주문학과 예술의 사회적 영향을 포괄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다고 했다. 김 교수가 “국내 전례가 없는 저술로, 기대되지 않냐”고 물었다. 그의 저력을 알기에, 대답은 무의미했다.



고향은 조천리. 해안마을이라 유년시절부터 바다를 벗하며 살았다. 수평선을 보면 낭만에 사로잡히던 문학 소년이었고 초등학교 때부터 백일장을 휩쓸었다. 글을 갈망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독서광이었던 선친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술회했다.

1978년 현대문학 5월호에서 ‘의식의 향방’으로 초회 추천받고, 이어 7월호에서 ‘시인의 현실과 자유’로 완료추천을 받아 문학평론가로 데뷔했다.

▲약력

△제주대 국어국문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석·박사), 문학평론가. △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1982년∼)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2005년 7월부터 2년간 파견 근무 중)

△저서 ‘바벨탑의 언어’, ‘한국근대시론 연구’, ‘한국현대시인론’, ‘한국현대시론의 탐색과 비평’, ‘한국문학과 풍토’, ‘한국현대시인의 현실인식’, ‘한국시론의 새로운 이해’(편저) 등.





금번 제주학 학술상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후보로 등록된 연구 업적은 총 32권이었다.

제주학 학술상을 제정한 이래 해마다 훌륭한 연구업적들이 발간되고 있어 최종 대상작을 선정하는 일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지만 좋은 업적이 나온다는 점에서는 매우 기쁜 일이라고 생각한다.

금년에도 등록된 후보작을 순수 연구 저서, 자료집, 논문 모음집, 기타로 대별하고 순수 연구 저서를 우선으로 하여서 최종 대상작을 선정하고자 하였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연구 저서는 김병택 교수의 제주현대문학사, 김태일 교수의 제주 건축의 맥 그리고 재일교포인 문경수 교수의 제주도현대사(일문)였다. 세 작품 모두 해당 학문 영역에서 주목받는 연구였지만 자료 수집의 충실성과 분석의 치밀성이 돋보인 제주현대문학사가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학술상 선정을 계기로 바라본 제주학 연구는 그 분야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었다.

사회, 민속, 자연, 문학 등 각 영역에서 활발한 연구 성과가 도출되고 있어 제주학은 이제 인문과 자연을 망라하는 통합학문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느낌이다. 이번으로 제4회를 맞이하는 제주학 학술상이 이러한 방향 정립과 연구 기반 조성에 한 몫을 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전경수 서울대교수, 제주학학술상선정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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