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에서 핵실험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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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북 길주군 출신 실향민 김기환씨 ‘에타는 가족 걱정’
“어머니와 동생들은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내 고향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더욱 생각납니다.”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핵실험이 강행됐다는 뉴스를 접한 실향민 김기환씨(87·제주시 한경면)는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보게 된다며 눈시울을 글썽거렸다.

길주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학업을 마친 뒤 고향인 길주에서 머물다가 6·25전쟁이 반발하기 직전 남쪽으로 피난했다.

북에 있는 고향에 가지 못하고 제2의 고향인 제주에서 교편을 잡고 60년간 살아온 김씨는 이번 핵실험에 대해 “우리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뭉쳐야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전공한 김씨는 “북의 핵실험으로 그동안 재무장을 꾸준히 외쳐왔던 일본도 핵무장을 부추기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한 뒤 “우방인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맹비난한 것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염려한 것”이라며 해박한 지식을 내비쳤다.

김씨는 “고향 길주에 어머님이 생존해 있는지 저 세상으로 가셨는지 모르겠다”며 “6·25전쟁에서 국군으로 참전한 사실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북에 있는 가족들과 상봉은 물론 생사조차 모르고 늙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씨는 특히 “핵실험이 길주에서 가능한 것은 마천령산맥과 함경산맥이 가로지르면서 탄광과 온천이 발달돼 깊은 굴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라며 “일제시대부터 대규모 제철소가 들어서는 등 공업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함북 길주군과 이웃한 학성군이 고향인 함북제주도민회장 김약락씨(72·한림읍)는 “고향민들이 이번 핵실험으로 피해(방사능)를 입었는지 걱정된다”며 “제주에는 함북이 고향인 1세대들이 15명이 살고 있는데 2세, 3세들이 고향땅을 밟을 그날이 빨리 올수 있도록 이번 사태가 무사히 잘 해결됐으면 한다”며 소망을 피력했다.

이어 김기환씨는 고향 길주군에 있는 온수평온천에 가보고 싶다며 온천물에 계란을 넣으면 5분 만에 삶아질 정도로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이었다며 어릴 적 아련했던 추억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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