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환 행렬 문화를 바꾸자.’
최근 문화.예술계 사이에서 전시.공연 때마다 빠지지 않는 축하 화환.화분을 줄여 나가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발간한 2002년 ‘문예연감’에 따르면 2001년에 제주에서 열린 미술전시는 무려 131건.
음악 분야의 경우도 국악 24건, 양악 200건에 달하는 데다 공연도 총 54회 열리는 등 다른 지방보다 전시.공연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다.
이에 따라 전시.공연 횟수만큼 축하 화환과 화분도 빠지지 않고 있다.
특히 개인전이 열리는 전시나 공연인 경우에는 많게는 50~60개, 적게는 20~30개의 화환 행렬이 이어져 전시장 앞을 메우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일회성 소모품인 화환 대신에 쌀과 생필품 등 의미있는 현물로 대치하는 일부 문화예술인들의 실천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말 열린 전각전시회에서는 전시 때마다 화환을 보내주는 이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해 화환 대신 쌀로 받는 등 형식과 치레에서 탈피하는 의미있는 시도가 있었다.
또 전시 개막 때마다 통과의례로 여겨지는 풍성한 다과회 행사도 일부 미술인들을 중심으로 없애거나 줄여 나가는 등 ‘거품 빼기’가 확산되고 있다.
한 미술인은 “축하 화환의 경우 전시기간 7일이 지나면 그냥 버려지고, 화분조차도 별도의 취미가 없으면 주변인들에게 나눠주게 된다”며 “함부로 처리하는 것 같아 보내준 이에게 미안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일부 화훼업체에서는 받는 이에게 미리 연락을 취해 마진을 빼고 현금으로 전해주는 사례도 생기는 등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한 관람객은 “10만원짜리 화환이면 10㎏ 쌀 4포대를 살 수 있다”며 “행사 때 한 번 쓰고 버리기보다 쌀로 대신해 이를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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