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나무와 멜라토닌 분비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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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한 시인은 ‘봄이 일어서니/ 내 마음도/ 기쁘게 일어서야지/ 나도 어서/ 희망이 되어야지/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려면/ 내가 먼저/ 봄이 되어야지(…)’라는 ‘봄 일기’를 읊었다.

 

벌써 절기상으로 입춘·우수가 훌쩍 지났다. 자연은 봄이 왔음을 알리면서 계절마다 할 일을 구상하느라 앙상한 나뭇가지에 연노랑색깔을 칠하고 있다. 이렇게 장엄한 생명의 용솟음을 그 누가 방해할 수 있겠는가!

 

인간은 자기 몫을 위해 신의를 등지고 배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역겨울 때가 많지만, 준엄한 우주의 질서 앞에서는 경외감을 느끼며 겸허할 수밖에 없다. 수목들은 허공으로 가지를 뻗으면서 자신이 봄이 되기 위해 생명을 내뿜고 있다.

 

자연계에서 계절 변화에 의한 환경의 대변혁이 일어날 때 우리의 내면세계를 점검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우리의 가지는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어떤 향기와 색깔, 모양을 형성하고 있을까? 이들을 잉태·생성시키는 주체, 건강은 얼마나 양호할까?

 

찬 기운이 곁눈질을 하고, 봄기운이 어슬렁거리는 계절의 교차점에서는 마음의 무게중심이 중요하다.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의 변화에 의한 멜라토닌(melatonin) 분비와 생체리듬의 조화가 뚜렷하게 관찰되기 시작한다.

 

멜라토닌은 송과선(松果腺·pineal gland)에서 생성·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주로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에 암흑의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광주기를 감지해 인체의 생체리듬을 조절한다. 이는 수면 조절 호르몬으로써 기분을 가라앉히는 우울증과 관련이 깊다.

 

멜라토닌은 나이가 들수록 분비가 저하되며, 특히 분비 최고점이 점점 이른 밤 시간대로 이동한다. 그래서 노인들은 이른 시간에 졸리고 새벽에 일찍 깨는 것이다. 반대로 청소년기에 멜라토닌 분비는 밤늦은 시간대에 왕성하게 이뤄져 젊은이들은 밤늦게까지 여러 가지 일에 빠질 수 있다.

 

이것은 수면 유도 작용 외에도 강력한 항산화작용에 관여한다. 이 작용은 비타민 E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에 따른 노화 방지 효과가 크다. 또한 이 물질은 면역기능 증강에도 기여한다.

 

상쾌한 잠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약이다. 이런 양질의 수면과 연관된 멜라토닌은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태도를 갖도록 함으로써 스트레스 극복을 도와주는 고마운 물질이다.

 

삭막하고 추운 겨울 동안 대지는 내일을 위해 묵언정진을 한다. 자연의 구성원들은 내면세계로 에너지를 축적하는 동안 멜라토닌의 정체를 생각하며 기분 좋은 동면의 시간도 즐긴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자연에는 봄이 희망을 품고 꿈틀거리고 있다.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면서 건강체로 탈바꿈한 결과로 침묵의 나무에 희망의 움이 트기 시작했다. 인간의 봄도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내일의 흙을 파고, 씨앗을 파종하고, 이들에 불철주야 관심을 가져야 봄이 봄다워질 것이다.

 

조각가·건축가·화가·시인이었던 미켈란젤로처럼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 애착과 책임감을 가지고, 기꺼이 땀을 흘리면서 철두철미하게 자기 관리를 하면, 멜라토닌이 적절하게 분비돼 면역체계가 강화될 것이다.

 

그 결과로 나 자신이 희망이 되고, 누군가에게 다가가 봄이 되기 위해 내가 먼저 봄이 될 것이다. 봄이 봄다워지면, 다른 계절도 그 철에 어울리는 생성물을 도출하고, 멜라토닌의 분비와 생체리듬의 조화도 미소를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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