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몸 조심’의 결과는
‘부자 몸 조심’의 결과는
  • 한애리 기자
  • 승인 2014.02.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 제주일보배 제주아마바둑리그 최고위전-제2보
○ 고성종 아마5단 ● 고창일 아마5단
흑 3집반 승(204수 이하 생략)

흑 33으로 공격이 서막이 올랐다. K2자리가 유력해 보이지만 지금 서두르지 않았다간 백의 반격을 감당하기 어렵다.

 

사실상 초반 주도권을 갖겠다는 의도다. 이에 맞서 백도 세력을 쌓아가며 유리한 판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판의 결과는 백이 우세를 의식한 계속된 양보에서 결정됐다. 유리한 처지에서는 모험을 피하고 되도록 안전을 꾀함을 비유하는 ‘부자 몸 조심’이란 바둑 격언을 그대로 보여준 한판이다.

 

흑은 초·중반 성급한 공격과 함께 여기저기 시비에 나서는 반면 백은 우세한 국면에서 혹시나 무슨 탈이라도 나지 않을까 최대한 안전 운행, 이른바 부자 몸조심으로 일관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바로 이 판을 보면서 생각게 한 말이다. 초·중반 우세한 형국도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조금씩 조심씩 양보가 패착이 될 줄이야.

 

백 44는 J5자리로 먼저 건너 붙임이 유력한 수로 보인다. 흑 124는 열세를 느낀 버팀수로, 어떻게든 분쟁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의 한수다.

 

백 168은 N6으로 흑 두 점을 잡았더라면 흑대마가 궤멸할 뻔했다. 너무나 느슨한 수로 보인다. 고성종 5단은 이 정도로 양보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판이 고창일 5단의 의도대로 흘러가면서 백이 갑갑해졌다. 흑의 의도가 제대로 꽂히고 있다.

 

초반 흑의 성급한 공격으로 백이 세력을 쌓아 백이 상당히 유리했으나, 흑의 승부수에 우세를 의식한 백이 조금씩 물러서고, 또한 초읽기에 몰려 실착이 연이어 나오면서 역전이 됐다.
백의 입장에선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한판이다.

 

 <제주특별자치도바둑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