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꿈은 아이가 바른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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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부모교육 강사>

“아이를 키운다는 건 꿈을 하나씩 잃어가는 것이더군요.”

 

나보다 다섯 살 많은 선배 강사가 어느 날 문득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다. 그 분은 그때 막 아이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고 난 다음이라 아마 대학 진학에 대해 부모가 바라던 대로 되지 않음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한창 아이들이 초·중등학교에 다닐 때여서 내심 ‘왜 꿈을 잃어야 하지? 아이가 잘 하게 하면 될 텐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는 나도 부모가 최선을 다해 가르치면 아이도 잘 따라줄 것이란 조금은 건방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아이들이 자라 대학을 선택할 때가 되었을 때 나도 그 선배의 말이 맞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들이 좋은 대학에 가서 나를 우쭐하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것만이 꿈이었다면 당연히 허물어질 수밖에 없는 꿈이었다.

 

요즘 입학철이라 아이의 손을 잡고 입학식에 참여하고 돌아오는 부모님들이 많이 보인다. 이들도 역시 오래 전의 나처럼 아이들을 잘 키워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고 남들보다 멋진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렇게 초등 6년을 보내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높던 꿈들이 하나씩 내려오게 된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그렇게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라면서 가슴 부풀었던 부모의 기대가 차츰 무너지게 됨을 느끼면 어느 순간 인생이 허무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누가 이런 말을 해도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예전의 나처럼….

 

이 부푼 삼월 아침에 괜히 이런 말로 새내기 부모들의 기대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아니다. 꿈을 이루는 다른 방법들도 있음을 같이 생각해보고 싶어서이다.

 

꼭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만을 꿈이나 목표로 삼지 말고 인생 자체를 목표로 삼으면 어떨까? 우리 아이가 초·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어떻게 생활해 왔고 나머지 삶은 어떻게 영위하게 될지, 궁극적으로는 인생을 얼마나 다양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지에 대해 한 번만 더 깊이 생각해본다면 어느 쪽이 진정 꿈을 이루는 방법인지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박기범의 동화집 ‘문제아’ 중에 ‘손가락 무덤’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전교 1등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할아버지 산소에 가자고 한다. 아들이 내일 시험이라서 못 간다고 해도 억지로 데리고 가서 벌초를 한다. 거기서 ‘노가다’ 하다 잘린 아버지의 손가락 무덤을 알려준다. 그리고는 ‘1등 성적표를 가져오면 마냥 좋기만 하지는 않더라고, 좋은 기분 끝에 어떤 걱정 비슷한 게 남아있더라’고 한다. ‘공부한답시고 어려운 거 머릿속에 담는다며 제일 쉬운 것들을 까먹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이 아버지처럼 부모의 진정한 꿈이 좋은 대학이 아니고 인간답게 사는 것에 목표를 둔다면 ‘따뜻하고 풍요로운 삶’이라는 부모와 자녀들의 꿈은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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